2023년, 중국의 초라한 경제 성적표
중국은 2023년 경제성장률 5.2%를 기록하면서 목표치 5%를 0.2%p 초과 달성하였다(표). 1.4%의 한국, 2.5%의 미국 등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편이고 목표 또한 달성했으니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인가? 중국에게 박한 평가일지도 모르나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기저 효과(base effect)’를 생각해 봐야 한다.
재작년 2022년은 중국이 극심한 코로나 봉쇄를 겪으면서 경제성장률 3.0%를 기록했던 해다. 따라서 2023년 경제가 조금만 반등해도 성장률은 높게 나올 수 있다. 둘째, 중국의 잠재성장률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서 생각하는 잠재성장률은 5~6% 수준이다.1) 그런데 중국 경제는 지난 2년 동안 연평균 대략 4% 정도의 성장을 거두었다. 일반적으로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면 그 경제는 경기침체에 빠진 것이다.
표 1. 주요 거시경제지표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国家统计局, https://data.stats.gov.cn). 수출입은 CEIC(https://https://www.ceicdata.com/en).
경기 침체의 경기적(cyclical) 원인
그럼 왜 중국 경제는 경기침체에 빠진 것일까? 국가 경제에는 수요가 있어야 생산이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다. 수요는 크게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대외 수출로 구성된다. 그런데 2023년 중국은 수요 중에서 투자(3.0%), 수출(-4.6%)이 부진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표). 우선 투자의 부진(3.0%)은 민간투자의 감소(-0.4%)가 원인이었다. 이는 코로나시기를 지나며 상실된 민간부문의 투자 역량과 심리가 회복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수출의 감소는 미중 전략 경쟁, 글로벌 공급망 혼란,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대외여건이 악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2023년 상반기 침체 속에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과 성장률 방어에 나섰고 목표치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2023년 말까지도 민간경제주체들의 심리 저하 및 대외 환경의 불안정으로 소비, 투자, 수출입이 확실히 반등하지 못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동시에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불러 일으켰다.
경기 침체의 구조적(structural) 원인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비단 경기적 요인만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 첫째, 중국의 국유 부문 강화 및 민간 경제에 대한 압박 정책이다. 시진핑 집권기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경제에서 국유 부문의 위상을 강화하고 정부의 통제력을 높여 왔다. 미중 분쟁이 격화된 이후에는 공동부유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간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2021년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산업 자체를 금지시켰다. 이렇게 민간 경제 심리가 저하된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민간 기업은 투자를 늘릴 수 없었다.
둘째,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리오프닝 이후에도 회복되지 못했고 일부 대형 부동산 기업들은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23년 7월 업계 선두권 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이 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것이 그 예이다. 시진핑 정부는 2016년 이후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2020년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무분별한 차입을 규제하면서 부동산을 연착륙시키려고 하였다. 다만, 여기에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실수요마저 크게 줄어들고 건설비는 공급망 교란으로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 거래 실종, 미분양 주택 급증, 일부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난, 개발 사업의 중단과 지연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관련 산업이 중국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셋째, 지방 정부의 점증하는 부채 문제다. 코로나 대응 등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지출은 크게 증가했으나 수입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특히,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팔아서 재정 수입을 일부 충당해 왔는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지방정부를 대신하여 음성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던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의 채무 부담도 여전하다.
넷째, 미중 공급망 경쟁 격화와 중국내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한 중국의 외국인 투자의 급감이다. 국제수지(BOP) 기준 2023년 1~9월 외국인 직접투자 순유입은 15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수준으로 급감하였는데, 3분기에는 -117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 유출이 유입을 능가하는 모습까지 연출하였다. 이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 신규 투자가 둔화되었거나 일부 외자 기업이 중국을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이었던 외국인 투자의 감소는 중국에게 뼈아픈 상황임이 분명하다.
2024년 중국 경제 전망: ‘흐림’2)
2024년 중국의 경제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상기한 여러 경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24년 중국 경제는 2023년 부진했던 제조업 경기의 회복, 소비자·민간기업 심리 회복,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외무역 활성화 등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선 경제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경기부양 조치를 시행할지 봐야 한다. 또한 민간 심리의 회복과 외국인 투자 증가를 위한 정책도 확인해 봐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시장 친화적, 친기업적 개혁 정책과 광범위하고 내실 있는 개방이 필요하나, 과연 시진핑 정부가 근본적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2024년에는 청년 실업률 관리 등 국내 경제사회 안정 문제나 상기한 구조적 문제들이 어떻게 될지 볼 필요가 있다. 2024년 중국 경제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장기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컨대, 2024년 중국은 열악한 경제 환경 속에서 단기 경제성장과 장기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적절히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중국 경제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피크 차이나론’의 실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현태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 무관합니다.
1) “国家统计局局长康义谈当前经济热点:有信心实现经济运行整体好转”, 『中国政府网』, 2023.3.12., https://www.gov.cn/xinwen/2023-03/12/content_5746370.htm(검색일: 2023.12.19.)
2) 이현태, 「2023년 중국 경제: 불균형한 회복과 불확실성의 지속」, 『2023 중국정세보고』, 국립외교원(2024.2. 근간)의 일부 내용을 요약 정리함.
* 참고문헌
1) 중국국가통계국 (国家统计局, https://data.stats.gov.cn).
2) CEIC(https://https://www.ceicdata.com/en).
3) “国家统计局局长康义谈当前经济热点:有信心实现经济运行整体好转”, 『中国政府网』, 2023.3.12., https://www.gov.cn/xinwen/2023-03/12/content_5746370.htm(검색일: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