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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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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안의 호화 호텔, 대만의 산후케어 _ 제소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에서는 임신에서 산후 일정기간에 이르기까지 산모와 아이를 둘러싼 다양한 관습이 발견된다. 현재에 이르러 산후의례의 변화와 리미널 공간, 담론의 변화를 추적해 보는 것은 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좋은 테마일 것이다. 이번에는 대만에서의 산후케어 시설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만에서 산모가 쉴 수 있도록 식사를 제공하고, 청소빨래를 해주며, 신생아를 돌봐주는 형태는 비공식적으로 민간에서 1980년대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월자중심(月子中心)이라는 시설이 1995년에 처음으로 행정원위생서(行政院衛生署: , 衛生福利部)에 등록되었다1. 한국에서도 1996년에 산후조리원이 개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그 전에도 간호사 경력이 있는 중년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딸을 비롯해 여러명의 산모들을 돌봤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에 대만이나 한국에서 산후조리의 공간이 본격적으로 가정 내에서 가정 밖으로 이행되고,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는 요인으로는 도시화, 각종 서비스의 전문직화, 핵가족화로 인한 가정 내 돌봄의 부재, 여성의 사회진출과 수입의 증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산후조리원에서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산후조리원은 숙박서비스업이 아니라, ‘산후조리업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져 모자보건법 하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 반면, 대만에서는 1998년부터 ()월자중심(()月子中心), 월자회관(月子), 월자방(月子坊)이라고 불리는 산후돌봄시설과 산후호리-지가-(産後護理-之家-)를 구분하고, 후자의 시설은 전자와는 달리 간호사가 상주하며 (시설에 따라 산과의사까지), 위생서(衛生署)의 관리감독하에 운영되는 의료시설로 탈바꿈하게 된다이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은 대만의 제왕절개율의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1994년에 33.12%를 비롯해 30% 중반의 높은 제왕절개율을 보이는 대만에서는 분만 과정 자체도 상당히 의료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기를 낳고 해당 병원에서 이어서 산후에도 산과의나 간호사의 관리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가 된 것으로 보인다.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한국와는 대조적으로 대만의 산후간호시설은 병원의 일부로서 자유롭게 면회가 가능하며(코로나 시기 제외), 출산을 축하하러 오는 일가 친척과 지인들로 인해 응접실은 물론 복도나 개인의 방까지 사람이 북적인다. 대만 역시 심각한 인구절벽 문제를 겪고 있어, 2022년 기준 0.87%의 출산율을 기록하여 연 13만명 정도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작은 산과의원은 점차 사라지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점차 사람들이 몰리고 있으며, 병원으로서는 분만 수를 더 늘리기 위해서 분만을 비롯해 여성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되어 있다. 더욱이 산모나 가족들로서도 어느 시설에서 산후를 보내는지가 체면의 문제와 연관되어 일생의 한번이라면 고가의 호화 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외부인에게 오픈된 공간은 더욱 화려해지고 고급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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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대만의과대학의 산후케어시설


서양의학 중심의 병원 안에서도 전통적 산후돌봄의 관습이 대만에서 지속되어 오는 배경에는, 과거 비위생적 환경에서의 분만으로 인한 감염, 영양의 부족 등으로 높은 모성사망율, 영아사망률의 트라우마가 존재할 것이겠지만, 중의학으로부터의 담론 형성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신체 관념부터 병의 규정, 증상의 예방 등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중의학에서 제시하여 왔고, 이 중의학의 지위에 따라서 산후케어의 관습과 형태가 변화하는 것이다. 대만의 산후케어에서 중의학적 담론이 가장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은 산후양생 음식이다. 산후양생 음식이론에는 좡수치(莊淑旂)라는 인물의 영향력이 크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차가운 것을 피해야한다는 금기중심의 산욕기의 생활법에 중의학의 산과 주요 서적을 정리하여 산후양생 음식을 정리하였다. 일본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의 황태자비의 주치의이자 영양컨설턴트까지 되었던 그녀는, 중의학의 이론을 토대로 여성의 몸에는 어떤 음식이 약이 되는가에 대한 글을 많이 써서 산후케어의 양상을 바꾸게 된다. 이를 토대로 대만의 산후음식에는 제비집 요리 등 가정에서 쉽게 만들기 힘든 고급요리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치킨엑기스(滴雞精), 모유 촉진차(催乳茶)가 필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산후케어의 공간이 가정에서 시설로 이동하고 전문서비스화되는 것에 일조하였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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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산후양생 음식의 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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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산후양생 음식은 주로 전문업체에서 산후케어시설로 배달하는 형식이다


이처럼 대만의 산후케어 시설은 중의학적 이론을 토대로 전통적 좌월자(座月子) 문화를 배경으로, 의료시설로의 변화, 시설의 고급화라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제왕절개율이 높아지며,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일생 단 한번의 산후조리가 더욱 중시되고 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시설의 고급화를 넘어 산전산후 융복합 센터 개발이 논해지는 현재, 한국의 산후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제소희 _ 일본국립민족학 박물관 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용어정리: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고 하더라도 몸조리, 산후조리라는 표현은 한국에서만 쓰고 있다. 이하의 내용에서 한국의 전통적 산후돌봄에 대해서는 산후조리라고 쓰지만, 있으면 현지용어를 살려 표현을 임의로 세부화하였다.

, 산모가 쉬고 회복할 있도록 식사, 청소 등의 보조적 노동이 주가 되는 경우 산후돌봄’, 자궁 관리, 절개부분의 소독 등의 의료적 처치가 중요한 경우 산후간호’, 산후의 보신이나 영양 섭취 등의 회복에 중점이 있는 경우 산후양생’, 그리고 가장 포괄적인 의미로 산후케어 쓰고 있다.  



* 참고문헌

1)  璟蕙 2015「台における産後養生と女性の身体」、奈良女子大会学論集 (22) 73-89.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필자제공

사진 2, 3. 曾璟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