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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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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에 들어간 대만 총통 선거. 각 후보들의 공약들 어떻게 다를까? _ 김명준

대만 총통선거까지 2주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거리의 건물 외벽에는 미소를 띤 후보자들의 얼굴이 하나 둘 걸리기 시작하였으며 버스와 택시 옆면에도 자신의 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는 후보자들의 사진이 승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머리와 자신감 가득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다음 대만의 4년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말을 은연중에 하고 있는 같다. 지난 11월 말, 후보자 등록이 끝난 뒤 모두가 자신의 기호를 부여받았다. 대만은 한국처럼 국회의 의석수 순서대로 후보 번호가 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 후보자 기호가 부여되는데, 그 결과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1,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清德) 후보가 2,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誼)후보가 3번의 기호를 부여받았다. 이제 선거가 있는 2024113일까지 각 후보들은 각자의 후보자 기호를 활용한 특색 있는 구호를 통해 열띤 선거전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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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기호가 정해진 이후 나온 각 정당의 선거 포스터

기호에 맞춘 특색 있는 선거구호들이 들어가있다.

  

지난 몇 개월간 대만 총통선거는 다이내믹한 변화를 겪어왔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민진당의 라이칭더는 여론조사에서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며 8년 동안 이어진 민진당의 집권을 무난히 이어갈 것 같았다. 당시 1야당이었던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보다도 지지율이 낮았다. 이에 국민당은 민중당과의 단일화(이른바 남백합藍白合 - 국민당을 상징하는 남색과 민중당을 나타내는 흰색을 합친다는 말)를 추진하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고 후보자 등록을 얼마 안 남기고 양당의 후보들은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허우유이의 지지율이 점점 오르기 시작하더니 선두를 달리고 있는 라이칭더의 지지율을 따라잡아 박빙의 구도를 만들었다. 조사 주체에 따라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라이칭더의 당선을 무조건 확신할 수는 없다. 라이칭더가 승리하여 대만 민주화 이후 최초로 한 정당의 3 연임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허우유이가 승리하여 국민당의 재집권으로 이어질지, 또 아니면 커원저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여 대만 정치 역사상 최초로 소수정당의 집권을 이뤄낼지는 아직 모른다. 이렇게 본격적인 선거 삼파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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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20236월부터 12월 중순까지의 각 후보자별 지지율 추이

녹색은 민진당의 라이칭더, 남색은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하늘색은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한 여러 한국 언론의 보도들은 다분히 평면적이다. ‘라이칭더는 친미반중, 허우유이는 친중, 커원저는 중도라는 단순한 구도 아래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할 것이고, 민진당이 승리한다면 대만의 독립이 추진되거나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만 해석할 뿐, 이들 각 후보들이 양안관계에 대해 정확히 어떠한 원칙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이들 각 후보들의 주장이 갈리는 주요 쟁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자의 외교정책만을 보고 투표장에 가지 않듯, 대만 사람들 또한 양안관계만을 보고 자신의 표를 던지지 않는다. 물론, 양안관계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것은 틀림없지만 어떤 유권자에게는 양안관계보다 에너지 문제나 주거 문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본 글은 양안관계, 에너지 문제, 교육 문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소개한다. 물론 이 세 가지 이외에도 부동산(거주 정의), 교통, 사법, 복지 등 사회 다방면에 대한 공약들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은 대체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 반면 양안관계, 에너지, 교육에 대해서는 후보자들 간의 의견이 비교적 극명하게 나뉜다. 이들이 내건 공약을 살펴보는 것은 현재 대만 사회가 처하고 있는, 혹은 해결해야 하는 여러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는 창이기에, 본 글은 세 후보들이 주요 영역에서 가지고 있는 입장의 차이를 살펴보고 이번 선거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양안관계

  

- 각 후보들의 기본 정책 원칙

라이칭더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4개의 견지(四個堅持)’를 유지하고1) 평화 4대 원칙(和平四大支柱)’에 따라 양안관계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2) 여기서 말하는 ‘4개의 견지, 차이잉원이 2021년 쌍십절 연설에서 제시한 양안 외교에 대한 입장으로, “1. 자유민주적 헌정체제를 영원히 견지하고 2.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서로 예속되지 않음을 영원히 견지하며, 3. 주권은 침해되거나 병탄될 수 없음을 견지하고, 4.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은 전체 대만 인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견지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라이칭더의 평화 4대 원칙이란 그가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으로 1. 국방 억지력 강화, 2. 경제안보발전 공고화, 3. 세계 민주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강화, 4. 양안 현상유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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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는 현재 양안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원인은 대만에 있는 게 아니라 중국에 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야욕은 민진당의 등장 이후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92공식을 인정하고, 양안이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을 공감하는 형태로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대만 침략에 대한 중국의 야욕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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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선거유세 현장에서 강단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는 허우유이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양안관계에 대해 ‘(전쟁)억지(Deterrence)’, ‘대화(Dialogue)’, ‘위험과 충돌 감소(De-escalation)’을 의미하는 ‘3D정책을 제시한다.3) 허우유이의 노선은 단순한 중국 일변도 노선이 아니라 자주국방과 대화가 융합된 친미화중(親美和中)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군인들의 월급을 인상해 사기를 높이고,4) 자주국방을 실시하여 중국이 대만을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대칭 전력 확대를 주장하는 한편, 중국과의 대화와 소통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당과 민진당과의 차이는 여기서 드러난다. 허우유이는 중화민국은 우리의 나라이고, 대만은 우리의 집이다.(中華民國是我們的國家台灣是咱的厝)”라고 말하며 중국과의 대화에서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92공식을 인정하고 있으며5) 중화민국 헌법에 따라 양안이 서로의 주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서로의 치권(治權)은 부정하지 않는다.(兩岸互不承認主權互不否認治權)”라고 말하며 대만이기에 앞서 중화민국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추가적으로 허우유이는 민진당이 주장하는 현상유지란 전투기들이 매일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현상유지에 불과할 뿐이며 중국과 교류의 장을 구축하고 신뢰를 쌓는 형태로 전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커원저는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외교를 주장한다. 그는 대만이 바둑판에 놓인 바둑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소통의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국가 간 대등한 협상을 강조한다. 과거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외교를 강조하는 대국 간 등거리 외교론을 주장하였으나 이 발언이 많은 오해를 낳자 현재는 자주 언급하지 않는다.6) 또한 그는 양안관계에서의 5대 상호원칙을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5대 상호원칙이란 서로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협력하고, 양보하는 것(互相認識互相了解互相尊重互相合作互相諒解)”으로, 이를 통해 서로의 선의를 높이고, 양안 간 대화를 촉진하고, 갈등 위기를 줄이며 대만해협의 평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7) 커원저는 국방력을 증가시키되 중국과의 교류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국민당의 허우유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민진당은 반중 일변도이고, 국민당은 너무 중국에 치우쳐있다8)라는 그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중국과의 거리 측면에서 허우유이 후보와는 선을 긋는다.

  

- 경제관계

그렇다면 중국과의 경제교류에 대해 각 후보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특히 이 문제는 최근(21) 중국 당국이 양안경제합작구조협정(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이하 ECFA)에 따라 시행되던 대만산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한다고 밝힘에 따라 핵심 이슈로 부각되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도 다르다.

 

먼저, 라이칭더는 국민당이 ECFA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대만의 대외 수출에서 이번 중국의 관세감면 중단조치가 적용되는 품목의 비중이 3%에 불과하며 중국의 이번 조치는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9) 무엇보다 라이칭더는 대만이 경제 발전에 있어서 언제까지 중국이라는 틀에 계속해서 갇혀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되던진다. 그는 대만이 세계로 나아가는데 꼭 중국을 통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10) 예로 그는 차이잉원 정부 시기 달성한 국제적인 진출에서의 성과를 든다. 현재 대만은 미국과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U.S.-Taiwan Initiative on 21st-Century Trade)’1차 협정문에 서명을 마친 상태이며, 영국과는 '무역 파트너십 강화' 공식 논의를, 캐나다와는 투자보장협정을 협상 중에 있다. 그의 말인즉, 차이잉원 시기 동안 대만 정부는 이미 국제시장과의 접촉을 늘려왔으며 국제사회 또한 대만과 세계와의 접촉을 긍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의 경제를 중국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허우유이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허우유이는 대만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만은 거대한 중국 본토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ECFA와 관련된 협상을 재개하여 중국과 서비스 무역과 상품 무역을 재개하고 중국 관광객을 더 많이 받아들이며 중국 학생들의 대만 취업을 허용하는 등 중국에 대한 대만의 시장 개방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이처럼 그는 대만과 중국이 맺은 ECFA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11) 또한 허우유이는 대만이 CPTPPIPEF와 같은 지역 경제통합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안정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커원저는 양안협의감독조례의 통과가 선행된 후에 다시 ECFA에 대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2014년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에 반대하는 해바라기 운동의 원인이 절차상의 부정 때문이었다는 점을 들어 향후 국가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는 실용적이고 이성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12) 한편, 커원저는 ECFA 체결 당시 중국이 대만에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점에서 ECFA 경제적인 고려보다는 정치적인 고려가 앞섰던 결과물이라 본다.13) 따라서 양안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현 상황에서는 ECFA의 재협상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각 후보들의 의견이 나뉘는 쟁점들을 정리해보자. 이들의 의견이 나뉘는 첫 번째 쟁점은 양안관계 파국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 민진당은 전적으로 중국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문제의 소지를 중국 측에 둔다는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도 대만이 아니라 중국에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민진당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서 평화가 오지는 않으며 오히려 이는 대만을 중국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고 본다. 한편, 국민당과 민중당은 양안 간 갈등에 대해 중국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무시하기보다는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민진당이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과의 교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국민당과 민중당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국민당이 좀 더 중국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중국과의 경제교류에 대한 입장 차이이다. 민진당은 중국에 대한 대만의 수출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의 경제 안보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해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만이 중국과 맺은 ECFA도 전체 수출 비중에서 볼 때, 중요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반면, 국민당은 중국을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중국은 버릴 수 없는 시장이며 오히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큰 교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ECFA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

 

세 번째 쟁점은 대만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가에 관한 것이다. 민진당은 대만을 중화인민공화국과는 다른 별도의 국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만이 세계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중국과의 협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반면, 국민당은 대만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상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마잉주 시기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지고 있었던 옵서버 지위다. 당시 대만과 중국은 서로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에 WHO의 옵서버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2016년 차이잉원의 당선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의 반대로 대만은 WHO의 옵서버 지위를 잃게 되었다. 이후 다시 옵서버 지위를 얻기 위한 대만 정부의 노력은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한편, 누가 당선이 되든 양안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14) 왜냐하면 현재 각 후보들이 발표한 정책들은 당선 이후 이행까지 넘어야 하는 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라이칭더가 당선이 된다면 중국은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더 높은 강도의 제재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어떠한 대만 국민도 머리 위로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현상유지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민진당은 어쩔 수 없이 중국과 얼어붙은 관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칭더는 기존의 노선을 유지한 채 경색된 양안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을까?”, “중국이 과연 라이칭더와의 대화에 응할까?”라는 질문들이 제기된다. 허우유이에게도 거쳐야 할 난관들이 많다. 그가 공식적으로 92공식을 받아들이며 중국과 협상을 진행한다고 한들 대만 국민들과 중국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협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만약 중국과의 대화나 협상이 굴욕외교로 비치는 순간 국민당은 다음 선거에서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중국 측이 만족하지 못하는 협상은 차이잉원 정부 시기 양안관계로의 회귀에 불과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커원저의 미국과 중국 간 균형 외교 주장은 그간 수많은 중소형 국가들의 균형외교 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순조롭게 운영될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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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양안관계와 관련된 각 후보들의 주장과 쟁점들

   

에너지 문제


대만 현지에서는 양안관계뿐만 아니라 탈원전과 관련된 에너지 문제도 주요 정치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먼저 라이칭더는 차이잉원 정부의 뜻을 이어받아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 석탄사용 감소, 천연가스 비중 증대, 녹색 개발로 정리할 수 있는데,16) 그는 비록 원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핵폐기물과 방사능 유출과 같은 기타 안전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대만이 탈원전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2025년까지만 운영되는 원전 2호기와 3호기를 폐기하고 천연가스의 사용량을 늘리며 녹색에너지 개발에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당의 허우유이와 민중당의 커원저는 민진당의 탈원전 정책을 크게 비판한다. 허우유이는 얼마 전 개최된 COP28에서 많은 국가들이 원전 3배 확대에 서약했다는 점을 들며 민진당의 정책은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 차이잉원 정부 시기 이미 대만에서 대규모 정전이 네 차례나 일어났다는 사실에 비추어, 차이잉원 정부 시기부터 이어져 오는 탈원전 정책을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본다.17) 따라서 허우유이는 2025년에 운영을 중지하게 되어있는 원전 2, 3호기의 운영을 연장하고 현재 운영이 중지 중인 원전 4호기 또한 안전검사를 거친 뒤 문제가 없으면 재가동을 해야 한다고 본다. 추가적으로 그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커원저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모하는 반도체 산업이 오늘날 대만 GDP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아직까지 대만에는 많은 양의 전기 공급이 필요하고, 따라서 원전 2호기와 3호기의 사용 연장을 주장한다.18) 그는 탈원전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고 지적하며 민진당의 2025년 탈원전 국가 정책 실패를 비판한다.

  

교육 문제


현 대만의 교육과정은 2019년인 민국 108년에 제정되었다고 해서 ‘108 교육과정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차이잉원 정부 시기 제정된 이 교육과정은 탈중국화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어 발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큰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12월 초, 대만의 한 중학교 교사는 현행의 108 교육과정이 과도하게 탈중국화되어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교사에 따르면 새로운 교육과정은 기존 교과에 수록되어 있던 문언문 작품들을 대거 삭제하였다. 대표적으로 명말청초 사상가인 고염무(顧炎武)염치등이 삭제되었는데, 이와 같은 비판에 유시쿤(游錫堃) 입법원장은 고염무의 염치는 군주정치의 산물이다”19)라고 응수해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민진당의 탈중국화적인 교육과정에 대해 허우유이는 ‘108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20) 커원저는 민진당이 이데올로기를 교육에 주입시키고 있다며 민진당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허우유이와 비슷하게 108 교육과정을 개정하여 첨단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21) 이 밖에도 각 후보들은 교육과 관련해 등록금 보조금, 교육 평등, 학자금 대출 기간 연재 등의 공약들을 제시하였다.

 

이상 현재 대만에서 주요 쟁점이 되는 몇몇 정책 공약들이었다. 글의 초미에도 언급하였지만 다른 주요한 공약들도 많다. 어떤 정책을 보고 누구에게 표를 던질 것인지는 오로지 대만 국민들에게 달려있다.

 

2024년은 선거의 해라고 한다.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진다고 하니 선거의 해라는 수식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아시아에서 시작된다. 대만 국민들은 중국의 압력에 직면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대만해협을 둘러싼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은 옆에서 숨을 죽이며 그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김명준 _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 박사과정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1) https://ynews.page.link/Xe3gE

2) https://www.cna.com.tw/news/aipl/202307050017.aspx

3) https://ynews.page.link/2Vznx

4) https://ynews.page.link/mVVHC

5) https://ynews.page.link/s46v2

6) https://www.cna.com.tw/news/aipl/202304070297.aspx

7) https://ynews.page.link/nXDga

8) https://ynews.page.link/GnBHU

9) https://www.twreporter.org/a/2024-election-presidential-candidates-interview-lai-ching-te

10) https://www.twreporter.org/a/2024-election-presidential-candidates-interview-lai-ching-te

11) https://www.rti.org.tw/news/view/id/2187963

12) https://www.cna.com.tw/news/aipl/202311290183.aspx

13) https://www.twreporter.org/a/2024-election-presidential-candidates-interview-ko-wen-je

14) https://www.bbc.com/zhongwen/trad/chinese-news-67656906

15) https://today.line.me/tw/v2/article/RBYM8OW

16) https://ynews.page.link/g65vV

17) https://www.twreporter.org/a/2024-election-presidential-candidates-interview-hou-yu-yi

18) https://www.twreporter.org/a/2024-election-presidential-candidates-interview-ko-wen-je

19) https://udn.com/news/story/123844/7632836

20) https://ynews.page.link/Z8sLW

21) https://ynews.page.link/3X455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와 표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1. 각각 https://ynews.page.link/QEbf7, https://www.ftvnews.com.tw/news/detail/2023C11W0125, https://www.instagram.com/p/C0si1MkhFbp/

그림2. https://lrl.kr/EVf4

그림3. 필자 직접 촬영

표2. 필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