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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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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의 중국 읽기 - <당치(黨治) 국가 중국: 시진핑 시대 통치구조와 정치의 변화> _ 정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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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201218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새로운 총서기로 등장한 이후 다시 202220차 당대회를 통해 맞이한 그의 세 번째 임기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때마침 시진핑 집권 10년을 경과 하며 중국의 국가 통치구조와 운영 원리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또 이에 따른 정치체제와 사회변동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에 관한 면밀한 분석과 통찰이 담긴 귀중한 저서가 최근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장윤미 연구교수의 <당치국가 중국: 시진핑 시대 통치구조와 정치의 변화>(2023, 서강대학교출판부)가 바로 그 책이다. 사실 중국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중 경쟁의 가속화와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필자를 포함한 중국 연구자들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더욱이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 시진핑 개인 권력의 강화, 금융자본과 민간 기업가에 대한 제재, 노동운동과 풀뿌리 NGO에 대한 탄압, 애국주의 의식 고취와 사상정치교육의 확대 등에서 보이는 중국 정치체제와 통치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은 중국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해석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이 책은 현재 진행 중인 중국 정치사회 변화를 가능하게 한 동인(動因)은 무엇인지, 또 새로운 통치구조와 거버넌스 체계의 원리 및 동학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그리고 이러한 전변(轉變)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중국식 현대화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 시대 중국사회의 향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참조 지점을 제공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시진핑 집권기 10년의 변화를 조망하면서 현재 정세를 바라보는 공산당의 시대 인식과 달라진 국가 목표 및 재편된 통치구조의 특징을 분석한다. 그리고 2부는 중국 정치체제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통치의 두 축인 국가(정부)’의 관계와 기능 및 운영 원리를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당과 사회(인민)의 관계를 다루는데 구체적으로 중국식 민주에 대한 제도적 분석과 사회 거버넌스 체계의 재편, 그리고 중국식 현대화의 한계와 이론적 난점을 고찰한다

 

보편과 특수의 프레임을 넘어 중국 체제를 이해하기

 

이 책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제목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듯이 시진핑 집권기를 거치며 중국의 통치구조가 당과 국가 간의 긴장이 내재되어 있던 기존의 당정체제에서 당이 직접 국가를 통치하는 실질적인 당치국가로 재편되었다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의 영도와 역할 그리고 시진핑 개인 권력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분명 독재인치’(人治)로의 정치적 퇴행으로 볼 수 있지만, 저자는 중국을 민주와 독재, 자유와 전제, 법치와 인치 등의 이분법적 틀로만 보는 것을 경계한다. 즉 중국은 자기모순이라는 긴장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내부적인 균형을 추구해온 체제이기에 현재의 체제적 전변도 이러한 시각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중국 정치체제의 통치구조 및 운영 메커니즘의 재조정 과정은 전면적 소강사회의 완성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장기적인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저자의 분석 시각은 보편과 특수의 프레임을 통해 중국을 뒤처진체제이거나 특수한체제로 인식하는 주류적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중요한 함의가 있다. 저자의 지적처럼 “‘일당제라는 중국의 역사적 현실과 담론 조건 자체를 부정하면, 중국을 보는 시각에는 정치적 비난밖에 남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인식 체계로는 중국 체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이러한 시각이 소위 조야한 의미에서의 내재적 분석 관점에 입각해 중국 체제가 일당제일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이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없음을 분명히 한다. 그보다는 중국 사회가 언젠가는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제와 기대 속에서 중국의 일당체제를 재단하지 않고, 현실적 조건으로 실재하는 일당제의 실제 운용 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기존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분석 프레임도 정치와 행정이 하나로 통합된 중국의 당정체제를 분석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의 정치와 행정이 어떠한 원칙에 따라 구분되면서 또한 결합하는지, 그 구조적 특징과 변화를 이해하고자 시도하며, 나아가 상층에서의 통치구조 및 제도설계와 함께 당과 대중 정치의 상호관계도 파악한다.

 

중국식 현대화()가능성 검토

 

한편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기는 201218차 당대회를 통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이라는 중국이 나아갈 확고한 방향을 정립했으며, 201719차 당대회에서는 신시대라는 시대 인식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를 제기했고, 202220차 당대회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꿈을 향해 당의 전면적 영도아래 전 인민이 일치단결하여 매진해나가자는 중국식 현대화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중국식 현대화의 내용과 방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모호하지만,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높아진 국력과 문화적 자신감을 토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대화를 달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선언과 전략은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현대화가 내포하고 있는 관점이나 인식, 그리고 담론의 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한 한계가 있음을 명료하게 지적한다.

 

먼저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을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른 가치와 제도에 기반을 둔 국가로 상정하면서 이와 대립면에 있는 서구식 현대화를 하나의 고정된 실체로 인식하여 전형화하고 대상화하며 타자화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로 시작되었던 홍콩 민주화 시위의 원인을 오로지 서구 사상에 오염된 탓으로 전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홍콩 스스로 근대 식민/제국 체제에서 만들어온 민주의 경험과 정체성을 모두 서구 민주의 이식으로 단순화할 위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식 현대화의 또 다른 문제는 애초에 불평등과 생태위기 등을 극복하려는 하나의 대안적 방법으로 제시되었던 담론이 이제는 체제 정당성과 중국 문명의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점차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새로운 문명 전환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그것의 실천 방식은 매우 자국 중심적이며, 중국을 또 다른 보편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중국의 발전과 현대화에 관한 담론을 독점하면서 민간의 사상과 문화, 학술 영역이 모두 국가주의 담론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 현대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당 영도와 애국주의를 주입하면서 민간의 저항을 누르고 지식인의 입을 막아버리는 중국의 모습은, 국가발전의 꿈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억압할 수 있다는 강자의 논리를 적나라하게보여준다. 그렇기에 저자는 중국식 현대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당과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 체계와 능력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사회를 꿈꾸는 인민 대중의 자발적 의지를 모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저자가 결론에서 제기한 것처럼 국가통치 주체로 변신한 당이 인민들의 다양한 열망과 욕구를 응집시키며 새로운 정치의 공간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열린 질문에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 자체가 시진핑 시대 중국의 향방을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변의 여정에 있는 중국을 어떻게 마주하고 소통하며 협력할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의 과제로 남아있다.

 

 

정규식 _ 성공회대 학술연구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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