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중국 연구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양안의 긴장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중국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고 신냉전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대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만 학계의 중국 연구 또한 점점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은 순수한 학술 연구를 넘어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첨예하면서도 극렬하게 농축된 공간이기에, 대만의 중국 연구는 미중 갈등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1992년 대만과의 단교 이후 한국의 중국 연구는 주로 미국과 중국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만의 중국 연구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다. 이에 본고는 대만의 중국 연구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하도록 한다.
대만의 중국연구, 70여 년의 역사
대만의 중국(공산당) 연구는 국민당이 중국 본토에서 대만 섬으로 물러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당은 중화의 본원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했으며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은 비적이었기에, 당시 중국 공산당 연구는 '비적 동향 연구(匪情研究)'라 불렸다. 국부천대 이후에도 국민당은 내전 끝에 잃어버린 중국 본토를 수복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초기 중국 연구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정보 수집에 치중되어 있었으며 정책 지향적이고 폐쇄적이었다. 이 시기 연구를 주도한 대만의 1세대 중국 연구자들 또한 학자 출신보다는 주로 공산당에서 국민당으로 귀순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따라서 연구의 성격이 일반적인 학술 연구와 달랐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인재 양성 또한 '반공 사상 투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했다.
80년대에 이르러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오랫동안 닫혀있던 죽의 장막을 세계를 향해 열어젖혔다. 비슷한 시기 대만은 눈부신 경제 발전과 함께 계엄령을 해체하고 민주화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양안 간 교류가 시작되며 대만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색채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에 대한 연구는 '중공연구(中共研究)'로 그 호칭이 변한다. 90년대 들어서는 중국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학술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했고, 연구 방법이나 연구 영역의 측면에서는 사회과학과 결합하기 시작하였으며 중국 공산당을 넘어 '중국'이라는 대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중국대륙연구'의 시기로 접어든 것이다.
그림 1. 1967년 중국 공산당 연구를 위해 설립된 동아연구소(東亞研究所)
대만의 중국연구의 특징
그렇다면, 대만의 중국 연구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대만의 중국 연구는 자료 해독과 획득 측면에서 다른 나라의 중국 연구보다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만 학자들은 언어와 문화적인 이해 측면에서 비중화권 연구자들보다 뛰어나며 다른 국가의 연구자들이 볼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포착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에 들어갈 수 없었던 냉전 시기부터 중국을 연구해왔기에, 시진핑의 집권 이후 학술연구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고, 외국인 학자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면서 중국 연구가 불확실해진 오늘날에는 대만의 중국연구가 가진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최근 들어 대만의 중국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로, 대만의 중국 연구는 단순한 학술 연구를 넘어 국가 안보, 생존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따라서 정치적인 성격과 정책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1) 이는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적대정권으로서 대치하고 있다는 이중성에서 기인하는 문제로, 대만의 중국 연구의 특징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연구에 드러나는 정치적 색채는 대만적 시각이 가미된 중국 연구를 가능하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연구의 객관성에 영향을 주고, 도리어 중국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방해한다.
향후 대만의 중국연구는?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만의 중국 연구 또한 변하기 마련이다. 대만 중앙연구원 사회학 연구소 연구원인 우제민(吳介民) 교수에 따르면, 지금 대만의 중국 연구는 과거 중국 연구의 틀에서 많이 벗어났다.2) 실제로, 오늘날 대만 사회와 중국 사회가 가진 동질성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대만 사회에 대한 연구가 중국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과거 몇몇 학자들은 중국 현지에서 조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사회 구조를 가진 곳에서 대체조사를 진행하며 중국 사회를 연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가 앤듀류 왈더(andrew g. walder)의 《Communist Neo-Traditionalism: Work and Authority in Chinese Industry》로, 그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이들을 인터뷰해 노동자와 공장의 권력구조를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중국에 가지 않고도 중국 사회의 성격을 연구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만은 더 이상 '중국 사회문화 연구의 실험실'이 될 수 없다.3)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의 커우젠원(寇健文) 교수 또한 대만과 중국 양측이 문자를 사용하는 논리와 방식, 가치관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커우젠원은 시진핑의 연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투쟁鬥爭'이라는 단어를 예시로 든다. 시진핑은 “위대한 꿈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투쟁해야 - 2022년 《求是》 19호”, "집중된 위험에 맞서 '절대적 투쟁'이 있어야 - 2021년 중앙당교 연설" 등 단결과 중국몽의 실현을 위해 ‘투쟁’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에게 '투쟁'이라는 단어는 단결보다는 충돌과 갈등의 의미가 부각되는 용어로서,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4)
한편 중국에 대한 대만의 사회적 동질성에 대만 학계의 태도가 양극단으로 나뉘는 것도 대만 학계가 넘어서야 하는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우제민 교수는 “절충적 태도를 취하고 중화권 세계의 일원으로서 중국 의제에 대한 친근성을 유지하며 대만이 중국 연구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5) 이 밖에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중국 연구에 대한 지원이 자주 변하는 점 또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대만에서는 대만만의 색채를 살리려는 중국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간 대만의 중국 연구가 가진 강점이 ‘중국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었다면, 향후 대만의 중국연구는 여기에 더해 ‘대만만의 독특한 색채를 가진’ 중국 연구를 또 다른 강점으로 내세워야 한다. 대만은 중국과 가깝지만 멀고, 멀지만 가깝다. 이 모순된 위치 속에서 더 다양한 시각으로 대만만의 중국 연구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더 발전시켜 가야 한다.
《中国大陆研究》의 연구 동향 분석
마지막으로 대만의 대표적인 중국 학술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대륙연구(中国大陆研究)》(이하 《대륙연구》)은 대만의 중국 연구를 대표하는 학술 계간지이다. 1960년대 《비정월보(匪情月報)》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간되기 시작하였고, 대만이 민주화에 접어든 1988년부터는 지금의 《중국대륙연구》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대륙연구》의 이름 변천사는 앞서 언급한 대만의 중국 연구 경향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대륙연구》가 대만의 중국연구와 그 궤를 함께 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2. <중국대륙연구>의 전신인 《비정월보(匪情月報)》
《대륙연구》는 분기별로 발행되며 사회과학적인 연구들이 주를 이룬다. 사오쉬안레이(邵軒磊)와 쩡위안셴(曾元顯)의 분석에 따르면 《대륙연구》의 연구는 크게 ‘경제와 무역’, ‘외교와 군사’, ‘사회문제’, ‘제도개혁’, ‘중공당정’, ‘이데올로기’, ‘지역과 거버넌스’로 나누어진다.6) 1998~2015년까지 《대륙연구》에 수록된 473편의 글을 분석한 결과, ‘경제와 무역’에 관련된 연구가 항상 주류를 점해왔으며 다음으로 연구가 많은 편수는 ‘중공당정’에 관한 글이다.
그림 3. 《중국대륙연구(中國大陸研究)》
김명준 _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 박사과정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1) 吳玉山, 褚填正, "東亞所的創建與中國大陸研究─政治與學術的互動", 東亞研究East Asian Studies 2018年12月第四十九卷第二期
2) 陳世浩, 思想空間, "吳介民:當田野調查愈來愈危險,該如何繼續研究中國?", https://www.linking.vision/?p=9654&fbclid=IwAR3xD3HQwv6QXnrapvPW2lpRo0cUgZyvwrRsVtrjPrMgPB-s3qtn5bImzK
3) Ibid
4) 中央通訊社, "中共研究在台灣 始於匪情走向學術", https://project.cna.com.tw/20210601-China/202106223001
5) 陳世浩, 思想空間, "吳介民:當田野調查愈來愈危險,該如何繼續研究中國?", https://www.linking.vision/?p=9654&fbclid=IwAR3xD3HQwv6QXnrapvPW2lpRo0cUgZyvwrRsVtrjPrMgPB-s3qtn5bImzKI
6) 邵軒磊, 曾元顯, 文字探勘技術輔助主題分析—以「中國大陸研究」期刊為例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https://eastasia.nccu.edu.tw/PageDoc/Detail?fid=530&id=658
그림 2. https://www.chinatimes.com/newspapers/20230304000574-260303?chdtv
그림 3. http://mcs.nccu.edu.tw/periodical.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