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식 현대화(中国式现代化)라는 표현은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화제를 낳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 표현을 통해 중국적 표준과 질서의 수립에 대한 확고한 사명감과 강한 자신감을 표방한다. 하지만 이 표현은 결코 중공의 선전용 신조어만이 아니다. 사실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중국 경제·사회의 급격한 변모와 구조적인 전환을 중심으로 중국식 현대화의 기본 양상과 본질을 탐구하는 중국 국내의 연구들이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특히, 이들 연구 가운데 기성세대가 아닌 중국의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 따라 성장해 온 소장파 학자의 연구에서 이러한 “현대사회로의 전환”이 연구의 문제의식으로 자리를 잡거나 연구주제에 내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연구는 중국식 현대화와 중국적 표준과 질서에 대한 이론 구상을 아직 충분히 성숙시키지 못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 경제·사회의 변화 양상과 관련되어 수많은 생생한 자료와 정보들을 제공하면서, 학술적 가치가 있는 발상과 관점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한국 및 해외의 중국연구 자료축적 및 향후 연구 교류를 위해, 이번 『관행중국』3월호부터 「해외 중국학 연구동향」을 통해 중국적 표준과 질서 연구에 관련된 최근 10년 정도의 중국 석박사 학위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 2014년 화중과기대학(华中科技大学) 사회학 전공의 궁웨이강(龚为纲)1) 박사의 학위청구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중앙-지방 간의 위탁―대리관계로 중국 농업·농촌의 통치 체제(원문에서는 거버넌스 체제라는 개념으로 표현함)를 이론적으로 접근하는데, 기존 중국 국내와 해외의 중국학 연구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농업·농촌 통치 체제의 전환을 논의하면서 저자는 식량·농업에 대한 중앙정부 의식의 변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대응 전략, 그리고 촌락 차원에서 지방정부 정책 실천에 대한 저항 및 순응을 체계적으로 섬세하게 다루었다. 더 중요하게도, 이러한 중앙정부로부터 시작된 농정(农政) 의식적인 변화가 초래한 촌락 차원의 커다란 구조적 변화에 대해, 저자는 단지 “현대화” 혹은 “현대 의식”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비판과 우려를 제시했다. 이러한 비판과 우려는 중앙-지방 간의 관료적인 정치구조라는 “중국적” 맥락에서 전개되었지만, 한국의 독자들, 특히 농업·농촌 영역의 연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 박사의 논문 지도교수는 중국의 기성세대의 대표적인 농촌연구자인 허쉐펑(贺雪峰) 교수이다. 허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1990년대부터 대규모 농촌 현지조사를 이끌고, 화중사범대학(华中师范大学), 화중과기대학, 우한대학(武汉大学) 등 화중(华中) 우한(武汉)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소위 농촌연구의 “화중학파(华中学派)”를 창설했다. 화중학파의 소장파 학자로서 궁웨이강 역시 박사논문 집필 전인 2011~2013년 약 3년 동안 400여 일의 농촌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이 논문에서 활용된 다양한 1차 자료는 농업·농촌 연구뿐만 아니라 중국 지방행정 및 관료체제의 변화, 지방 재정제도 및 지방채 문제 등 최근의 중요한 이슈에 관련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논문제목 번역]
농업 거버넌스의 전환-한 식량생산모범현(产粮大县)의 재정적 장려금 및 보조금 지원 정책 실천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논문제목 원문]
农业治理转型——基于一个全国产粮大县财政奖补政策实践的分析
[논문 요약 번역]
이 논문은 중국 상품교환용 식량(商品粮) 생산기지로서의 화중(华中) 지역의 한 현(县)급 행정단위에서 시행된 “식량생산모범현(产粮大县)” 재정적 장려금 및 보조금 지원 정책의 지역적 실천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이 논문은 “국가―사회”라는 이론적 분석 구도에서 국가 권력의 시각으로 출발하여 이 정책의 지역적 실천과 이와 연관된 부속 농업 사업을 함께 검토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국가 권력의 시각으로 보면 지역적 농업 정책의 실천 과정에서 대리인(agent)에 대한 감시 및 사회 통치라는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은 실천 측면에서 “사업체제(项目制)”로 수렴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현대 농업 거버넌스 체제로의 전환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는 농업 거버넌스 체제의 전환이 정책 실천의 대리인에 대한 국가의 감시·통치 능력과 식량생산에 대한 현·향급(县乡级) 행정단위 차원의 기층 대리인의 관리·조절 능력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견한다. 그러나 필자는 전환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가 미치는 영향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눈에 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이 체제는, 가) 식량생산에 대한 정부의 관리·조절 능력을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농민의 반감과 저항을 초래한다, 나) 식량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수많은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부실 사용되거나 낭비된다, 다) 농업생산요소의 배치 과정에서 시장의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농업생산요소가 오히려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배치된다, 라)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지방정부의 정책 집행과정에서 오히려 수많은 황당한 실책이 발생하고 중앙정부가 정한 정책 목표에서 이탈하는 등, 많은 부정적인 영향이 이 논문을 통해 포착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00년대 중반 농업세 철폐 및 농촌 공공요금 대폭 감면 이후, 중앙정부가 식량안보(粮食安全) 책임을 상품교환용 식량의 생산기지로 지정된 현급 행정단위에 의뢰하고, 이에 맞춘 재정적 지원도 제공함으로써, 중앙정부과 현급 지방정부 간의 위탁―대리관계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중앙정부는 대리인인 현급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집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한편, 식량안보 확보에 있어 재정 지원 이용의 효율성과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사업체제라는 방식을 채택하여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금 집행을 규범화시키는 한편, 식량생산에 대한 성과 관리 및 과정 감독을 진행한다. 이렇게 대리인의 식량안보 정책 목표에 이탈하는 행위에 대한 중앙정부의 우려가 클수록 대리인에 대한 제한과 규제가 더 많아지고, 평가의 기준과 수위도 더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사업체제라는 중앙과 지방 대리인 간의 감시체제는 농업과 식량 생산에 대해 지방 대리인의 관리·조절 능력을 약화하고, 더 나아가 현(县)―향(乡)―촌(村) 간의 관계와 지방 대리인과 영농 주체 간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업체제에서 재정적 장려금 및 보조금으로 구현된 재정 지원은 지정된 사업 분야 내에 사용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대리인이 재정 자금을 집행할 때 중앙정부의 의지에만 따르고 농민의 실질적인 요구에 따르지 않는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구체적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중앙정부가 현급 대리인에 대해 식량 생산 실적 평가를 진행할 때, 현급 대리인은 사업 평가의 기준과 수위에 알맞은 식량 생산의 현장을 꾸며야 한다. 결국, 지방 차원에서의 사업체제는 “생색 내기용”, “성과 전시용” 겉치레 행정으로 전락된다.
중앙정부의 성과 평가가 특정 기간 및 특정 조건(예컨대 반드시 이모작 벼를 재배해야 함)에 따라 진행됨으로써, 지방정부가 사업 평가의 기준과 수위에 맞추기 위해 적격한 농업생산자를 찾아 이들을 사업 목표에 부합하는 맞춤형 영농 주체로 육성해야 한다. 농업세 철폐 및 농촌 공공요금 대폭 감면 이후, 향진급(乡镇级) 행정단위 및 촌급(村级) 자치조직은 재정 조건의 악화로 인해 거버넌스 능력이 유명무실화된다. 따라서 현의 대리인이 분산된 소규모 농가를 직접 동원하거나 이들과 거래할 때 매우 많은 거래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사업 평가에 맞추기 위해 현급 정부는 향진급 정부와 함께 새로운 영농 주체를 육성하기 시작하고, 이를 통해 식량 생산 분야에 대한 이들 대리인의 직접 통제·관리 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지 경영권·사용권의 양도를 통한 규모화된 영농 주체 육성, 농업기업 자본 유치, 합작사(협동조합) 등 규모화된 영농 주체에 대한 지원 등과 같은 방식은 지방정부 능력 강화의 주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환언하면, 현급 지방정부의 대리인이 식량생산에 대한 자신의 거버넌스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농업생산 및 경영의 주체를 기존의 소농(小農)에서 대농(大農)으로 전환하며, 이 전환은 또한 영농 주체의 변혁을 유발한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하는 영농 주체, 예를 들어 규모화된 식량재배 농가(种粮大户)들과 농업기업들은, 체계화된 영농 지원이 부족하여 각종 위험 요소에 빈번하게 노출된다. 이 새로운 체제는 결코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논문 요약 원문]
本文以一个全国商品粮基地县的产粮大县奖补政策(即国家对粮食主产区的利益补偿机制)的地方实践为主要线索,以相关农业配套项目分析为次要线索,从“国家—社会”分析框架中的国家基础性权力视角切入,紧密结合农业政策实践过程中的代理人监控与社会控制两个维度,进而分析以“项目制”为表现形式的、正处于“治理体系转型”过程中的现代“农业治理体系”。
研究发现,农业治理转型过程中的这样一种农业治理体系,直接影响了国家在农业治理过程中对代理人的监控能力以及县乡代理人对粮食生产的调控能力。新的农业治理体系不是强化了政府对粮食生产的调控能力,而是引起了农民对政府行为的抵触与反感;不是带来了更高的经济效率,而是存在大量的政策资源和财政资源的无效使用与扭曲;不是让市场在农业生产资源的配置过程中发挥决定性作用,而是带来了生产要素的非理性利用;不是让政策的执行更有效率,而是在事实上带了地方政府的很多荒唐做法,偏离了国家的政策目标。
具体而言,在后农业税费时代,国家把保证粮食安全的责任和财政资源发包到商品粮基地县(代理人),国家既要对代理人的财政使用情况进行监控,又要对财政资金在保证粮食安全方面的使用绩效进行监控。于是国家既采取项目化的运作模式来规范地方使用项目资金的行为,又在粮食生产上进行目标管理和过程控制。正是因为国家越担心代理人的政策实践与国家保证粮食安全的责任目标不一致,国家就越要规范代理人的行为,就越要制定严密的规范和严格的考核。国家与代理人之间的这种代理人监控机制,直接约束了地方代理人在治理农业、发展粮食生产上的调控能力,进而影响了县乡村之间的关系,也影响了代理人与与农业经营主体的关系。
由于财政奖补资金实行项目化的运作,要保证专款专用,这使得代理人在使用财政资金的时候是以国家的意志为指向,而不是以农民的实际需求为指向。由于中央要对县级代理人的粮食生产绩效进行检查考核,县级代理人就必须拿出可行的现场出来作为迎接考核的依据,进而导致项目在地方的运作最终变成了“马路工程”和不切合实际的“形象工程”。
由于考核必须在特定时间、按照特定的要求(比如要种双季稻)的方式进行,这使得地方政府必须要找到与项目对接的农业经营主体。由于税费改革之后,乡村组织的治理能力弱化,与分散的小农户打交道的能力弱化,县乡与分散的小农户直接对接时的交易成本无限高,为了“找到抓手”,县乡两级政府就需要重构农业经营主体,进而增强其在粮食生产领域的社会控制能力,于是通过流转耕地“制造大户”,引进企业下乡,扶持合作社等规模经营主体就成为地方政府增强其动员能力的主要方式。也就是说,代理人为了增强其调节粮食生产的能力,而重构农业生产的经营主体,引发了农业经营主体的变革。但是新型的经营主体,比如种粮大户和企业经营,因为缺乏一个系统化的支持环境,而频繁地暴露于风险之中,这并不利于建立一个保证粮食稳产的经营体系。
리페이 _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1) 현재 우한대학(武汉大学) 사회학과 부교수 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