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외교
2023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년을 맞이했다. 중국은 이 전쟁에서 외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보여 왔다. 중국은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을 비난하지 않고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존중할 것을 서방에 촉구하였다. 한편으로 중국은 크림반도, 루한스크, 도네츠크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지지도 표명해 왔다. 중국은 양국에게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양국에 군사적 지원은 제공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만 하고 있다. 최근 유엔(UN)의 러시아 철군 요구 결의안 표결에서도 중국은 다른 31개국과 함께 기권하였다.
이런 노선은 격화되는 미중 경쟁 속에서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이다. 러시아는 현재 도전적인 국제 환경에서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서, 중국은 해양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압박할 때 대륙 후방에 우호적인 러시아가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은 이 전쟁에서 러시아에 명백히 반대함으로써 오랜 기간 구축한 양국의 신뢰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잃을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이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군사적 지원까지 하기도 어렵다. 유엔의 결의안 표결에서 보았듯이 러시아의 침략은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데, 특히 러시아의 위협을 실감한 유럽 국가들이 反러시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미중 전략적 경쟁 속에서 유럽이 미국에 경도되는 것을 원치 않는 중국이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면서 유럽과 척을 지기엔 부담이 크다. 또한 중국은 미국에게 빌미를 주어서 미중 분쟁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양가적 상황에서 중국은 전쟁의 원인제공자로 미국을 비난하고 러시아를 옹호하되, 대러 무기 수출 등 국제 제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동까지는 나가지 않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얻은 것
중국은 외교적으로 이런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경제적으로는 꾸준히 실리를 취해 왔다. 전장(戰場)이 되어 버린 우크라이나와의 교류는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러시아와의 무역은 크게 확대되었다. 전쟁 전인 2021년 중국-러시아 교역액은 1,469억 달러로서 중국-미국·EU의 약 10분의 1에 불과했다. 다만 전체 비료 수입의 22.73%, 니켈(및 관련 제품)의 18.75%, 목재(및 목재 제품)의 18.38%, 광물 연료 및 원유의 12.48% 등 몇몇 상품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다. 특히 중국은 2021년 기준 원유 소비의 72%, 천연가스의 45%를 수입할 정도로 에너지의 대외의존도가 높았기에, 전쟁이 중국의 대러 에너지 수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전쟁 시기에도 러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하였으며 특히 그 중심에는 대러 에너지 수입 확대가 있었다.
아래 <표1>은 2022년 중국-러시아, 중국-우크라이나의 수출입 변화를 보여 주는 표이다. 2022년 중-러 교역은 2021년 대비 29.3% 증가한 1,903억 달러, 대러 수출은 12.8% 증가한 761억 달러, 대러 수입은 43.4% 증가한 1,141억 달러로 늘면서 전체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0.7%p 증가하였다. 중국은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의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추구하여 역대 최대 무역 규모를 달성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와의 교역은 60.0%, 수출은 64.8%, 수입은 55.4%나 줄어들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입 증가가 대부분 에너지 수입 증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표2). 2022년 대러 원유 수입은 584억 달러(8,625만t)로 전년 대비 44.0% 증가하면서, 전체 대러 수입의 51.1%, 대러 수입 증가분의 51.6%를 차지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제재로 인해 대EU 원유 수출이 막힌 러시아가 수출을 중국, 인도 등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2년 6월 이후 중국은 EU를 대체하여 러시아 원유 수출의 약 40%를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은 작년 총 3,655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그 중 러시아 수입의 비중은 16.0%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제2위였다. 또한 천연가스는 2022년 40억 달러, 액화천연가스는 67억 달러로 각각 163.5%, 144.2% 증가하였다. 러시아는 2019년 12월 개통된 ‘시베리아의 힘 Ⅰ(Power of Siberia 1)’ 가스수송관을 통해 중국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늘려왔는데, 2025년까지 연간 최대 용량인 38bcm(billion cubic meters)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양국은 2022년 1월 2024~2030년 50bcm를 공급할 수 있는 두 번째 ‘시베리아의 힘 Ⅱ’ 가스수송관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통해 전쟁 전 150bcm~190bcm 수준이던 유럽향(向) 수출량 일부가 중국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대양을 가로지르고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중동산보다는 육로를 통한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이 안전하기 때문에 전쟁을 기회로 이를 늘려나가고 있다.
한면, 중국의 대러 수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했는데, 대러 제조업 수출의 다수를 차지하는 기계류, 전기기기, 일반차량, 정밀기기 중에서 전기기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출액이 증가하였다(표3). 일본(-41.4%), 한국(-36.6%), 대만(-37.2%), 독일(-49.7%), 미국(-73.2%) 등 기존 수출국들이 제재로 인해 대러 수출을 대폭 줄이면서 생긴 시장 공백을 중국이 일부 채우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휴대폰 시장, 가전시장,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의 자리를 전쟁 이후 중국 하이얼, 샤오미, 하발(HAVAL)이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 이렇게 중국의 대러 수출 통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비록 아직 금액은 적지만 전자집적회로, 시스템반도체, 메모리반도체의 수출이 10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2년 중국(홍콩 포함)이 러시아 전체 컴퓨터 반도체 수요량의 약 40%를 공급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공급국으로 다른 나라를 대체해 등장한 셈이다. 한국과 일본 등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통신·정보 보안 장비·레이저·센서 등의 대러 수출 제재에 동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이 전쟁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교역 확대를 통해 얻은 반사이익이다. 따라서 세계의 대러 무역이 조속히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일반 기계·차량 등 범용 제품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같은 첨단제품까지도 중국의 러시아 시장 점유가 계속 높아질 수 있다.
아직은 이른 중국의 결산(结账)
이렇듯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대러 경제 교류를 늘리면서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 국제 시세에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다량 수입하였고, 국제 제재로 생긴 러시아 내수 시장과 투자 부문에서도 비중을 늘리면서 약진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대러 제재가 지속된다면 고립된 러시아의 시장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점유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중국이 러시아 경제에 가지는 영향력도 커지면서 러시아 경제의 대중 종속화에 대한 우려도 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 전쟁을 통해 경제적으로 이득만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아직 미래의 일이지만, 앞으로 입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러시아에 사실상 경도되어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때 중국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은 마샬플랜(Marshall Plan)을 능가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전후 복구 사업이 될 전망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약 1조 달러(약 1,300조원), 세계은행은 약 6000억달러(약 780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중국이 향후 이 전쟁을 종결시키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지 않는 이상, 재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주도자인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참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으로서는 큰 비즈니스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2013년 시작된 중국에게 일대일로 구상(BRI)의 핵심 허브였다. 우크라이나는 중국 BRI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 네트워크인 신유라시아 대륙교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고리이다. 현재 전쟁으로 이 회랑의 중요 부분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중국-EU 육로 무역의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보내지는데 이 통로가 막힌 것이다.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벨로루시-폴란드를 경유하는 경로도 있으나 러시아와 벨로루시에 대한 제재로 인해 이 경로 또한 원활히 작동하기 어렵다. 중국이 BRI를 추진하면서 유럽향 노선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음을 고려할 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타격이 크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중국 기업이 우크라이나에서 추진하고 있는 BRI 사업들도 큰 손해를 보고 있다. 2021년 한해에만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각종 교통, 농업, 에너지, 통신, 키이우(Kyiv), 마리우폴(Mariupol), 오데사(Odesa) 항구를 포함한 중요 부문 프로젝트의 핵심 투자자, 건설자, 자금 조달자이기도 하다. 2021년에만 중국 기업은 우크라이나에서 BRI 건설 작업을 위해 66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중국기계공업그룹(China National Machinery Industry Corporation), 국가전력망공사(State Grid Corporation of China), 중국 태평양건설그룹(China Pacific Construction)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모든 공사는 중단되어 있어 중국 기업들은 손실을 감당하고 있는데, 전후 사업 복구가 가능할지도 불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전쟁의 후과(後果)는 중국의 야심찬 유라시아 BRI 추진과 유럽으로의 연결성(connectivity) 강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후 우크라이나가 중국에 적대적으로 돌아서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국제 제재가 지속될 경우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커진다. 2023년 10주년을 맞은 BRI는 중국 경제 저성장으로 인한 동력 상실, 코로나19로 인한 연결성 위기, 일부 사업의 중단 및 축소, 국제 사회의 비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문제들을 가중시킬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중국의 결산도 아직 이르다. 단기적이고 경제적인 계산을 넘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계산이 필요하다. 과연 이 전쟁은 중국에 득(得)이 될 것인가, 실(失)이 될 것인가?
이현태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박지원(2023),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외경제동향 분석. EMERICS. (https://www.emerics.org:446/issueDetail.es?brdctsNo=342218&mid=a10200000000&systemcode=04)
조윤효(2023.2.26.). '러, 철수하면 1달러에 국유화'..이러니 삼성-현대차 꼼짝 못하지[인터뷰], 파이낸셜뉴스. (https://v.daum.net/v/20230226162830098)
Amanda Lee(2023.2.3.). “Stymied by the West, Russia is getting critical semiconductors from mainland China, Hong Kong”. South China Morning Post.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209034/stymied-west-russia-getting-critical-semiconductors-mainland-china-hong-kong)
Yang Jiang(2022),“The economic meaning of the Russia-Ukraine war for China”, Danish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https://www.diis.dk/en/research/the-economic-meaning-of-the-russia-ukraine-war-china)
全球化智库(2022), 乌克兰危机对全球供应链和中国经济的影响, ( http://www.ccg.org.cn/archives/68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