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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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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고양이의 해(Năm Quý Mão) 설”을 맞이한 베트남 _ 심주형

중국 설”, “음력 설”, “베트남 설

 

2023년 설을 맞아 다국적 K-Pop 걸그룹 뉴진스의 다니엘 마쉬가 팬들과 소통하는 전용앱에서 우리 버니즈(bunnies-뉴진스 공식 팬덤명, 토끼들)는 중국 설(Chinese New Year)에 뭐하시나요?”라는 메시지를 영어로 올렸다가 호된 비판에 휩싸였다. 한국과 베트남 등 다수 국가에서 함께 지내는 명절에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의 명칭을 붙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쏟아지는 질타에 그는 결국 공개 사과문을 올려야만 했다.1)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를 맞아 자신이 속한 걸그룹의 팬덤인 토끼들과 소통하려던 메시지는 전 세계적인 음력 설(Lunar New Year)’표기 운동을 펼치자는 주장으로 나아갔고 그에 대해 일부 중국인들이 반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2) 김치와 파오차이(泡菜)’, 그리고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의 한복과 한푸(汉服)’를 둘러싼 일상 문화와 전통의 기원을 둘러싼 양 국민 간의 논란이 세시풍속으로까지 확장된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토끼가 방아를 찧는달의 운행과 위상에 주목하며 태음력(太陰曆)을 사용하는 농경문화의 전통을 함께 공유해왔던 역사가 그간에 쌓인 양국 불화를 드러내고 다시 조장하는 사건으로 전화되고 말았다. 60년 만에 되돌아온 갑자(甲子) “검은 토끼의 해벽두부터 서로 티격태격한 한국과 중국의 뒤얽힌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토끼의 라도 빌어야 할 듯하다.

 

서로 불편한 새해 인사를 건넨 한국과 중국의 한편에서, 설을 쇠는 또 다른 국가인 베트남은 중국과의 시차와 명칭 그리고 십이지(十二支)의 차이를 들어 중국 설과의 다름을 강조해 왔다. 1080년부터 베트남은 중국과 다른 달력을 사용했으며, 레중흥(Lê Trung Hưng; 黎中興朝, 1533-1789)시대에는 11번이나 중국과 다른 시기에 설을 지냈고, 현대에 들어서도 베트남이 그리니치 평균시(GMT)+7시간을 채택한 1967년 이후에도 4(1968, 1969, 1985, 2007)이나 차이가 났다.3) 설이 절기일 뿐 아니라 ‘60갑자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시차운명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고, 따라서 베트남은 중국과 다른 운명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주장인 셈이다.

 

베트남 설의 명칭은 뗏 응우옌 단(Tết Nguyên Đán; 節元旦)’이다. ‘베트남전쟁사의 최대 사건으로 미국에 의해 영어권에서 1968텟 오펜시브(Tet Offensive, 한국에서는 구정 공세로도 부른다)”를 통해 베트남 설로 알려진 터에, ‘중국 설과는 다르게 이해되어왔다. 신해혁명을 통해 수립된 중화민국이 양력을 채택하고, 1949년에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은 그레고리력을 공식화하면서 응우옌 단(元旦)’은 양력 11일이 되고, ‘음력 설은 현재와 같은 춘절(春節)’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 태음력의 원리에 따라 절기와 갑자의 기준으로서 설을 지내는 유일한 국가는 사실상 베트남이며 중국 설뗏 응우옌 단은 그 내용과 의미도 다르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십이지의 차이는 베트남 고유의 문화로서 뗏 응우옌 단을 강조하는 담론에 힘을 더해왔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쥐, , , 토끼, , , , , 원숭이, , , 돼지의 12가지 동물이 십이지를 구성하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2번째 소가 물소(trâu)이며, 4번째 토끼가 고양이(mèo)이고, 9번째 동물인 양은 염소(dê)이다. ()와 양()이 고대에는 물소와 염소를 의미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고, 일본의 경우도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라는 점에서 폭넓게 이해할 수 있지만, 토끼()와 고양이()는 그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3년 베트남의 고양이의 해에도 어김없이 질문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왜 베트남은 토끼가 아니라 고양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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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베트남 '십이지' 동물의 형상으로 만든 시계

 


12년 주기로 돌출하는 질문: “왜 고양이의 해일까?”

 

베트남이 중국, 한국, 일본과 달리 고양이의 해를 택한 연원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첫 번째 가설인 베트남이 고유의 십이지를 발명하고 그 때문에 고양이가 토끼의 자리를 대신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십이지의 기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베트남 역사적 맥락에서 계묘년토끼의 해였던 서기 43년 중국의 마원(馬援, Mã Viện)이 베트남을 침략해 하이 바 쯩(Hai Bà Trưng)의 봉기를 진압한 후 베트남의 고대 율법을 폐지하고 한나라의 법률과 규칙을 따르게 했던 사실을 고려해 볼 때 만약 고양이의 해가 고대의 베트남의 전통에 따른 것이라면 그 시기에 이미 토끼의 해로 변화했을 가능성4)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가설은 학자들 사이 그리고 언론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어 온 토끼()와 고양이()의 언어학적 유사성, 즉 중국어와 베트남어 발음의 유사성으로 인한 혼동으로 인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 한자에 대한 오역 혹은 통가자(通假字)로 쓰다 보니 토끼가 고양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한 주장이지만 학문적 게으름 혹은 과잉에 가깝다. 중국에 의한 오랜 지배의 역사와 11세기에 이미 문묘와 국자감을 설치했던 베트남에 한자에 능숙한 사람이 없었다고 상상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 아니라, 토끼와 고양이를 외형적으로 구분하는 도감(圖鑑)도 존재했기에 혼동에 대한 단순 추론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기존의 주장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여전히 혼동과 유사성에 근거해 변형을 통한 수용가능성, 혹은 오히려 중국인들이 토끼와 고양이를 혼동했을 것이라는 근거로 토손(兔猻)”이라는 고양이과 동물의 존재를 제시5)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들도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담고 있다는 한계가 있고 한국과 일본은 왜 토끼를 고양이 대신 선택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난점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가설은 문화·생태적 설명으로 베트남의 농경문화가 쥐를 잡는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토끼보다 친밀하게 형성하게 했으며, 토끼의 식생이 베트남의 기후나 지형을 고려할 때 인간과 더불어 생활하기에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고양이가 육식을 하고, 베트남문화에서 고양이가 긍정적 이미지로 묘사되는 토템적 지위에 있지 않으며, 다른 십이지 동물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에 의문이 생긴다.

 

마지막 가설은 가장 최근에 제기된 십이지의 인도 기원 혹은 영향설이다. 인도 <베다>의 천문학과 점성술 그리고 종교적 상징들이 마치 불교가 전파되듯 베트남과 중국 남부로 파급되는 과정에서 베트남에는 고양이가 정착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비록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지만, 태음력과 60갑자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모든 전통적 사고체계를 설명하려는 경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인식론적 가능성을 열어내고, 문화의 기원보다는 교류사의 궤적과 흔적들을 통해 즉, 인류 공통의 역사 속에서 지역과 공동체적 특징과 차이를 접근하게 한다는 강점을 지닌 관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왜 베트남은 고양이 해일까?”라는 12년마다 반복되는 질문은 특정한 기준을 전제하고 접근하기보다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사물의 관계를 통해 세상의 질서와 시공간을 이해하고자 했던 인류 보편의 문화사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미스 메오(Mèo, 고양이) 대회그리고 늙은 고양이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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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좌). 베트남 중부 꾸앙찌(Quảng Trị)성에 설치된 고양이 조형물

사진 3(우). 베트남 남부 빙프억(Bình Phước)성에 설치된 고양이 조형물

 

-국가는 2022년 베트남 GDP가 전년 대비 8.02% 성장했으며 이 수치가 지난 10(2011-2022)의 기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음을 확인했다.6) 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실업 등 여러 사회문제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준 베트남에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첫 뗏 응우옌 단분위기는 매우 활기차 보였다.

 

을 맞이해 베트남 전역에 경쟁적으로 설치된 고양이 조형물은 베트남의 명절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비인간 행위자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 63개 성과 도시 그리고 하위 행정구역별로 지역 작가들이 제작해 설치한 각각의 고양이 상을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비공식 미스 메오 대회(cuộc thi Miss Mèo)’를 열어 저마다 심사평을 올리며 우승 메오를 뽑았다. 이러한 모습이 베트남 사람들의 남다른 고양이 사랑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속담과 노래, 회화 등 베트남의 전통 문화에서 고양이는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공포가 확산되던 2020년에는 검은 고양이들의 살과 진액이 코로나 치료제로 판매되어7)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을 받기까지 했었다.

 

베트남 전통문화에 재현된 고양이는 대체로 게으르고 탐욕스러운 강자의 이미지이다. 베트남의 대표적 민속화로 유명한 동호그림(Tranh Đông hồ) 중 유명한 쥐의 결혼식(Đám Cưới chuột)”은 현대적 관점에서 고양이로 대표되는 권력자의 탐욕을 보여주는 재현 서사를 담고 있다. 쥐의 결혼식을 위해 네 마리의 쥐가 늙은 고양이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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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쥐의 결혼식(Đám Cưới chuột)”

  

뗏 응우옌 단공식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Nguyễn Xuân Phúc)이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공식 언론발표는 개인적 희망에 따른(theo nguyện vọng)” 결정이었지만,8) 긴급한 당중앙위원회 소집 후에 나온 발표인데다가 불과 며칠 전까지도 베트남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축구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냈었기에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의 이유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트남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전격 사임이 2021년 말 터져 나온 코로나19 진단키트 구입을 둘러싼 횡령과 부패 스캔들인 '비엣 아(Việt Á)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폭로하는 글들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20231월까지 모두 29건의 범죄에 대하여 전국 25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부 102명이 기소되었고, 그중에 3명의 당중앙위원까지 포함된 '비엣 아 사건'의 최고 책임자로 국가주석인 쑤언 푹이 지목되었다는 이야기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전국적인 부패 네트워크는 국가주석의 비호를 통해 가능했고, 그의 아내와 가족들이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도 진실처럼 꼬리를 물었다. 유포된 루머들의 진위와 상관없이 분명한 사실은 지난 베트남 공산당 제13차 당대회에서 연령제한 규정에 대한 특례(trường hợp đặc biệt)’를 통해 정치권력을 연장했던 국가주석이 정치무대에서 퇴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베트남 정치권력의 ‘4개 기둥중 하나가 부패연루 의혹을 받으며 사임한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국가주석의 지위에 있던 늙은 고양이의 전격 퇴장은 2023년 베트남 정치의 향방을 예측 불가능성에 빠뜨렸다. 국가주석의 사임을 수리한 국회 임시회의에서 곧바로 새로운 국가주석을 선출하지 않고 대행 체제를 승인한 것도 베트남 공산당중앙위원회 내부에서 즉각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고양이들의 권력투쟁 시간이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국가주석 대행 체제하에서 베트남 당-국가의 권력은 사실상 또 다른 특례규정으로 당 총 비서직을 유지한 응우옌 푸 쫑(Nguyễn Phú Trọng) 에게 절대적으로 집중된 상태가 되었다. 총리 팜 밍 찡(Pham Minh Chính)도 이미 지난해 말 두 명의 부총리가 부패 스캔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3년 베트남의 정치에서 또 다른 늙은 고양이가 등장할 것인지 아니면 쥐들의 결혼식이 끝날 것인지 예의 주시할 일이다.

 


심주형 _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참고자료

1) 이지영. “뉴진스 다니엘, 설날을 '차이니즈 뉴이어' 표기..."깊이 반성"”, 중앙일보, 20231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5317

2) 한지혜. “"중국 설 훔쳐가는 "서경덕교수에 악플 퍼부은 , 무슨 일”, 중앙일보, 20231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5288

3) Vũ Thuận Hóa. “Bao giờ Việt Nam ăn Tết lệch với Trung Quốc?”, An ninh thế giới, 2009128. https://antg.cand.com.vn/Kinh-te-Van-hoa-The-Thao/Bao-gio-Viet-Nam-an-Tet-lech-voi-Trung-Quoc-i294555/

4) Nguyễn Giang. “Tết Quý Mão: Thử tìm hiểu lý do người Việt bỏ Thỏ chọn Mèo làm con giáp” BBC Tiếng Việt, 2023120, https://www.bbc.com/vietnamese/culture-social-64334890

5) To, Minh Tung, 구사회. 한국과 베트남의 띠 문화 비교, 문화와융합41-3, 2019, 963-996 .

6) Lê Nguyễn, “Kinh tế vĩ mô năm 2022 tiếp tục duy trì ổn định” Đảng Cộng Sản Việt Nam, 2023110, https://dangcongsan.vn/kinh-te/kinh-te-vi-mo-nam-2022-tiep-tuc-duy-tri-on-dinh-629584.html#:~:text=GDP%20n%C4%83m%202022%20t%C4%83ng%20cao,%C4%91%E1%BB%99%20t%C4%83ng%208%2C1%25.

7) James Hockaday. “Black cats turned into paste and sold as Covid-19 remedy in Vietnam” Vietnam Insider, 2020424, https://vietnaminsider.vn/black-cats-turned-into-paste-and-sold-as-covid-19-remedy-in-vietnam/

8) Lê Hiệp. “Chủ tịch nước Nguyễn Xuân Phúc thôi chức theo nguyện vọng cá nhân” Thanh Niên, 2023117, https://thanhnien.vn/chu-tich-nuoc-nguyen-xuan-phuc-thoi-chuc-theo-nguyen-vong-ca-nhan-1851542979.htm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와 표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2014년 1월 베트남 랑선성 현지 조사 중 받은 선물로 필자가 직접 촬영함.

사진 2, 3. www.saostar.vn

사진 4. www.baotintuc.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