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을 통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
사진 1. 2022년 10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지난 2022년 10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적 건설을 위한 전략적 목표가 당장(黨章)에 정식으로 명시되었다. 즉 “신시대 새로운 여정의 경제 및 사회발전의 전략목표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현세기 중엽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서구식 현대화와 차별된 중국 특색에 기반한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를 통해 공동부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공생, 평화발전 등을 이룩하는 것이 향후 중국이 지향할 새로운 국가 비전임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첨단과학 및 기술의 자립을 통한 중국 중심의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조성이다. 실제로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차세대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중앙후보위원 171명 중 170명이 이공계열 출신의 테크노크라트였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정부는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해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을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은 그동안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단순 조립과 가공만을 담당했던 위치에서 탈피해 인공지능, 로봇공학, 5G, 러신머닝 등의 첨단 디지털 과학기술의 발전을 선도해 모든 인민이 풍요롭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의 도래?
중국 정부가 그려나갈 디지털 과학기술에 기반한 사회주의 현대화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최근 아론 바스타니(Aaron Bastani)를 비롯한 서구 좌파 학자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라는 개념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사회변혁이나 체제 전환 없이도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술, 재생에너지, 소행성 채굴, 유전자 편집, 인공육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노동과 자원, 그리고 에너지의 희소성이 사라져 누구나 여가와 자기 계발을 마음껏 즐기는 탈노동·탈희소성의 풍요로운 미래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실리콘 밸리의 경영진들도 이러한 ‘화려한 공산주의’ 기획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빌 게이츠는 기술 변화로 인한 대량 실업의 사회적 여파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보그 등은 ‘로봇세’를 통한 실업 비용 부담 등을 자동화 시대의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근거한 이들의 유토피아적 미래 전망과는 다르게 오늘날 우리는 불완전 고용의 확산,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 기술 예속형 노동의 확대, 감시사회의 도래 등 우울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살고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는 과연 이러한 우울한 현실을 넘어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선언된 것처럼 ‘사회주의 문화의 새로운 영광을 창조’할 수 있을까?
‘완전히 감시화된 초라한 공산주의’를 넘어
최근 중국의 사회적 현실을 보면 모든 인민이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로 가기 위한 여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안면인식 등의 첨단기술을 사회 질서와 안정유지를 위한 전면적 통제 및 감시체제의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은 주요 도시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내장한 고성능 CCTV 2000만대를 활용해 ‘톈왕’(天網)이라는 보안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농촌 지역에서도 CCTV를 주민들의 TV와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공안 당국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쉐량’(雪亮)이라는 대중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신용 점수를 부여해 대출, 교육, 의료보장 등에 적용하는 ‘사회신용시스템’을 통해 사회경제적 통제 체계의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거대한 디지털 감시망은 홍콩과 신장위구르를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최근 발생한 다양한 대중적 저항과 사회운동을 통제하고 탄압하는데 가장 큰 위력을 떨쳤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에서 안면인식 및 디지털 감시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인 메그비(Megvii, 曠視科技)의 기술 원천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최첨단 자본주의 기업에서 태동했으며,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첨단기술과 거대 산업, 그리고 이를 후원하는 국가가 긴밀히 연계된 ‘완전히 감시화된 초라한 공산주의’가 중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감시와 통제 기술이 캄보디아, 탄자니아, 스리랑카 등에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사회주의 중국의 미래 전경이 정보의 독점과 감시기술로 체현된 현실판 ‘빅브라더’와 ‘판옵티콘’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감시사회의 도래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테러 방지, 전염병 방역, 범죄 예방 등을 명분으로 체제를 불문하고 현재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감시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동안 사회 질서와 안정, 그리고 ‘행복’을 위해 국가의 통제와 감시를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고(혹은 그럴 것이라고) 여겨졌던 중국 사회의 인민들이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20차 당대회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2022년 11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와 해외에서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최대의 대규모 시위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제로 코로나’를 고수했던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인해 건물의 출입구가 봉쇄되어 거주자들이 대피하지 못해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시위의 발단이었다. 시위 참가자들이 당국의 검열과 통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빈 종이를 피켓 삼아 들고나와 ‘백지시위’로 불린 이번 시위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 등 고위 지도층에 대한 하야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시위 이후 현재까지 수십 명의 참가자가 체포되거나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가 그동안 고수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게 만든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가 있다. 불과 2년 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공식 기념행사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를 극복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집권 이념, 집권 전략, 집권 능력이 더욱 인정받고 있다”라고 자신했던 것에 비춰보면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이렇게 크고 작은 저항의 목소리들이 모여 감시와 통제로 구축된 국가체제에 조금씩 균열을 내간다면, 언젠가 정말로 모든 인민이 풍요롭고 행복한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의 미래를 아래로부터 함께 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정규식 _ 성공회대 학술연구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www.globaltimes.cn/page/202210/1277209.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