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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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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교의 결혼식 참석 예의 _ 주희풍

결혼식 하객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식 음식이 아닐까싶다. 하객들의 본전 생각의 잣대가 되는 이 음식은 동시에 혼주(婚主)의 부와 체면을 상징하는가 하면 때론 혼주가 어느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많은 문화가 서구화 (westernization, 西歐化)된 지금 이 잣대가 더욱 유용하게 쓰인다. 한국 화교의 결혼식에서는 원탁테이블에서 지켜야할 것이 상당히 많다.


아래와 같은 청첩장을 받게 되면 결혼식 하객의 자격이 주어진다. 중국의 청첩장과 마찬가지로 한국 화교의 청첩장 역시 반드시 붉은 색이어야 하며 쌍희자라고 불리는 ()’자가 겉에 쓰여 있어야 한다. 그 이유와 유래는 알 수 없다라고 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중국의 전통이라는 말로 포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진 1  붉은 색 청첩장

사진1 붉은 색 청첩장.jpg

 

결혼식 부조금 역시 ()’자가 써져 있는 붉은 색 봉투에 담아서 낸다. 이것을 홍빠오(紅包)’라고 하는데, 한국처럼 흰색의 금일봉에다 담아서는 안 된다. 흰색 봉투는 조의금을 낼 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이빠오(白包)’이라고 한다. 붉은 색을 경사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흰색은 상사(喪事)를 의미한다. 그래서 하객의 복장 또한 되도록이면 흰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부조금의 액수는 중국처럼 ‘6’‘8’자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절대로 홀수여서는 안 된다. 짝수를 중국어로 솽슈(雙數)라고 하고 홀수를 중국어로 단슈(單數)’라고 하는데, 홀수의 단()에는 혼자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부조금을 ()’자가 써져 있는 홍빠오에 담아서 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자가 있는 홍빠오는 세뱃돈 줄 때 쓴다. 가끔 수지를 맞아 오히려 홍빠오를 받아오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장에서 친척 어른을 만났을 때 특히 한 원탁테이블에 앉았을 때 친척 어른들이 홍빠오를 줄 때가 있다. 이때 주는 홍빠오야야오첸(壓腰錢)’이라고 하고 아이의 허리춤에 꽂아주는 것이 습관이다. ‘야야오첸잡귀를 누르다라는 의미 야야오(壓妖)’와 해음(諧音)이 된다. “잡귀를 누르는 돈이라는 의미로 아이가 건강하게 크길 바라는 마음으로 야야오첸을 주기도 한다.

 

사진 홍빠오(紅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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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연회를 원탁테이블에서 치른다. 특히 결혼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원탁테이블은 결혼식의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로도 사용된다. 한국 화교사회의 원탁테이블은 주로 10명이 앉는데 결혼식 하객이 50 테이블 이상이면 화교사회에서 지위가 있는 혼주의 결혼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 사람들은 원탁테이블에서의 격식을 상당히 차린다. 한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 입구의 맞은편 세 자리가 상석이고 등을 지는 세 자리가 아랫자리다. 당연히 양쪽의 4자리는 중간 자리가 되겠다. 아랫자리와 중간 자리는 상석이 결정 되면 구분하기가 쉬워져서 그다지 격식을 차리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상석인데,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목적에 따라 상석의 세 자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가족의 외식자리라면 세 자리의 가운데 자리가 상석이 되고 오른쪽이 그 다음, 왼쪽이 또 그 다음이 된다. 그리고 오른쪽의 두 자리와 왼쪽의 두 자리 마지막으로 오른쪽 아랫자리와 왼쪽 아랫자리 그리고 가운데 아랫자리가 된다. 직위가 있는 조직, 회사나 관공소 등에서도 이와 같은 순서를 따른다. 만약 청탁이나 감사의 뜻으로 마련된 자리라면 청탁을 하는 사람이나 감사의 뜻을 전하는 사람이 상석의 가운데 자리에 앉아야 한다. 쉽게 말해서 돈 낼 사람이 가운데 앉고 위와 같이 오른쪽 왼쪽 순으로 앉는다. 이 때 상석의 가운데 앉는 사람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양쪽 상석의 손님을 접대해야 하며 동시에 테이블의 분위기를 주도해야 한다. 만약 청탁이나 감사의 뜻으로 전하는 이가 개인이 아니고 두 사람 이상이라든지, 만약 두 가족이나 두 직위가 있는 조직이 함께 원탁테이블에 앉는다든지 하면 논문을 참고해야할 정도로 복잡해진다. 이 부분이 결혼식 혼주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결혼식에서는 원탁테이블의 배치까지 상석의 위치가 있기 때문에 혼주 입장에서는 신경을 상당히 써야한다. 통상적으로 무대에서부터 원탁테이블의 상석이 배치가 된다. 하객의 입장에서는 무대 쪽 원탁테이블을 피하고 중간에서부터 배치된 원탁테이블에 앉으면 무난하다.

 

사진 3  결혼식장

사진3 결혼식장.jpg

    

그렇다고 해서 원탁테이블에 무턱대고 앉아서는 안 된다. 결혼식 하객의 자리에도 상석이 있기 때문이다. 위 사진과 같이 무대 중앙에는 신랑과 신부가 행진하는데 행진하는 통로를 정면으로 보는 세 자리가 상석이다. 이때는 연장자가 상석에 앉는다. 한국 화교의 결혼식은 앉은 자리에서 식순과 피로연을 즐길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식권을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루하다면 지루한 식순이 끝나면 피로연이 시작된다. 이때 결혼식이 분주해지면서 피로연의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냉채요리가 원탁테이블에 올라온다. 냉채의 가지 수가 많을수록 고급 피로연요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두 요리가 결혼식피로연의 수준을 결정짓는다.

 

사진 냉채(冷葷, 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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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올라오면 절대로 개인의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요리에 딸려 나오는 공용으로 쓰는 젓가락이나 숟가락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여 자신의 앞 접시에 적당히 덜어서 먹는다. 이때 주의 할 것은 연장자, 즉 상석에서 먼저 수저를 들어야하며 요리는 10인분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냉채 같은 경우 한 점씩 먹는 것이 예의다. 고급 식재료일수록 딱 열점이 나오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일곱 명이나 여덟 명이 있는 원탁테이블을 앉았다면 이러한 고뇌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국 화교의 결혼식피로연에서는 보통 7가지 정도의 요리가 나오는데 그 중 두 번째 요리와 세 번째 요리가 가장 고급 요리다. 이전에는 해삼탕이 두 번째 요리로 주로 나왔는데 현재 해삼탕의 주원료인 건해삼의 가격이 너무 비싸 이제는 그 자리를 취엔지아푸(全家福, 전가복)’가 대신한다. 그렇다고 해서 취엔지아푸가 결코 저렴한 요리는 아니다. 온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요리로 연회석에서 빠지지 않는다. ‘취엔지아푸가 상에 올라오면 옆 사람한테 덜어주는 것이 관습이며 예의이다. ‘복을 나누자라는 의미에서이다.

 

사진 취엔지아푸(全家福, 전가복

사진5 취엔지아푸(全家福, 전가복).jpg

   

세 번째 요리로는 주로 왕새우 요리가 나오는데 닭요리나 도미요리가 나오기도 한다. 만약 머리가 제거되지 않은 통닭요리나 통째로 된 도미요리가 나왔을 경우 머리는 상석을 향해야 한다. 만약 요리가 올라올 때 머리가 상석을 향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을 상석으로 향하게 바로잡는 것이 예의다. 왜냐하면 머리 두()에는 닿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닭이 갖는 ()’의 의미에서 닿다라는 의미를 더해 그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이다. 도미는 중국의 쟈오둥(膠東) 방언으로 지아지위(加吉魚)’라고 하는데 집이 길하면서 넉넉하다라는 의미를 갖는 지아지위(家吉餘)’와 해음이 된다. 여기에 닿다를 더해 그 의미를 또한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이다.


왕새우 요리의 새우머리는 하늘을 향해야한다. 이것은 혼주가 하객에 대한 예의로 새우는 팔딱팔딱 뛰기 때문에 승승장구(步步升高, 보보승고)’라는 함축된 의미(寓意, 우의)’를 갖는다. 새우의 모양은 이것을 형상화 한 것이다.

 

사진 왕새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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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정도의 요리가 나오는 동안 여느 한국의 결혼 피로연과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건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신랑·신부가 테이블마다 인사를 다니고, 그러다가 어느새 주식인 국수가 나온다. 이 국수의 의미는 한국의 결혼식에서 먹는 국수의 의미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신랑·신부의 결혼 생활이 오래도록 평안하게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때문에 한 젓가락이라도 먹어주는 것이 예의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화교의 결혼식 요리에는 가끔 반라오반위(拌勞板魚)’라는 홍어무침 요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홍어무침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무침요리이지만 홍어를 무쳐서 먹는다는 것이 한국과 같다. 이 요리가 갖는 함축된 의미백년해로(百年偕老)’이다. 마지막으로 피로연이 끝나면 혼주가 답례로 하객들에게 사탕과 담배를 나누어준다. 이것을 시탕(喜糖)과 시옌(喜煙)이라고 한다. 이것을 나누어주는 의미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주머니의 한 가득 담고 가면 이것으로 결혼식 하객의 역할이 끝나게 된다. 한국의 화교들의 일상생활은 한국인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의외로 결혼에 있어서는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중화요리, '()''()' 21

 

주희풍 _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박사수료 / 인천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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