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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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시진핑: ‘중국식 현대화’는 무엇이 다른가? _ 조형진

지난 10월에 있었던 중국공산당의 20차 당대회는 역대 어느 당대회보다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시진핑 총서기의 연임을 공식적으로 확정하고 지도부 인선에서도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던 관례들을 깨뜨림으로써 개혁·개방 이래로 유지되던 집단지도 체제의 붕괴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당대회는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굳건한 결의를 드러냈다. 군사안보 분야 중심으로 기술관료를 대거 중용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중관계는 물론, 중국의 대외정책 전반이 더욱 공세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특히 시진핑의 당대회 보고에서 안보(安全)’91번이나 언급되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방증으로 거론된다. 5년 전 19차 당대회에서 안보55번만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후진타오 전 총서기가 보고를 했던 2002년의 18차 당대회와 2007년의 19차 당대회에서는 각각 48, 35번이었으니 꽤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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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심심풀이 삼아 다른 단어들까지 비교해 보면, 시진핑 시기와 후진타오 시기의 차이를 가시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경제는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 61차례 등장했으며, 19차에서는 70차례였다. 놀랍게도 후진타오의 17, 18차 당대회 보고에서는 각각 108, 104번으로 안보와 정반대의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안보가 경제와 꼭 대척점에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를 언급한 횟수가 적다고 시진핑이 이전보다 경제를 경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중국식 현대화와 한번 엮어 볼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 숫자놀음을 했으니, 이제 철학놀음을 해보자. 현대성/근대성(modernity) 또는 현대화/근대화(modernization) 논의와 관련하여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인 찰스 테일러에 따르면, 서구의 근대는 여러 사회적 상상을 통해 성취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첫 출발이 경제였다. 신이나 위대한 왕이 아니라, 다수의 거래 속에서 일정한 법칙으로 사회가 움직인다는 인식이다. 종교와 영웅이 없이 사회를 객관적인 실체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의 의지와 정신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손은 또한 인간이 맘대로 할 수 없는 손이다.

 

이에 대한 반감도 근대화의 한 조류를 형성했다. 루소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모두의 덕과 융합하는 일반의지를 내세웠고, 니체는 초인의 권력의지를 통해 나약한 근대의 개인들을 극복하려고 했다. 인간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손을 다시 복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찰스 테일러는 루소의 전통이 프랑스 혁명의 자코뱅주의를 거쳐 공산주의로 이어졌고, 니체의 전통이 평등과 인본주의에 대한 적대를 통해 파시즘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가 승리함으로써 오늘날의 근대화된 문명이 형성되었다.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사회민주주의자로서 현실정치에도 참여했던 찰스 테일러가 경제적 논리만을 앞세우는 속물적인 자유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쳐 파시즘과 공산주의라는 전체주의를 물리친 자유 민주주의도 지속되는 폭력과 야만, 차별과 멸시를 통해 근대성의 어두운 면들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다만 루소와 니체로부터 연유되었으며 반근대적이었던 근대화의 역설적 조류들이 오늘날의 보편적 근대화의 흐름과 대비되며, 역사가 증명하듯이 훨씬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시진핑의 중국에 대한 숫자놀음으로 돌아와 보자. 루소와 니체의 전통에 가까운 정신’, ‘의식’, ‘이념을 세어보겠다. 17, 18차 당대회에서 정신은 각각 29, 15번 등장했는데, 19차와 20차에서는 33, 42번이었다. 의식은 후진타오의 보고가 7, 11번이었고 시진핑의 보고는 25, 15번이었다. 이념은 17차와 18차에 세 차례씩 언급되었으며 19차는 14차례, 20차는 9차례였다.

 

또한 19차 당대회 보고는 중국식 현대화가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현대화이자 중국의 국가상황(國情)에 기초한 현대화로서 다음의 다섯 가지 특징과 내용을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먼저 중국식 현대화는 14억이라는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구 규모가 거대한 현대화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공동부유의 현대화이자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어우러지는 현대화이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이자 평화발전의 노선에 따르는 현대화이다. 경제를 강조하는 물질문명의 현대화만큼 정신문명의 현대화가 중요해졌다. 과거에 이처럼 현대화가 정신과 긴밀히 결합된 적은 없었다.

 

심심풀이 숫자놀음과 찰스 테일러의 철학을 결합하여 위와 같이 중국식 현대화를 초보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루소의 전통, 따라서 마오쩌둥의 전통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 경제의 논리보다는 정신, 의식, 이념이 중요하다. 이는 서구를 거쳐 전지구적으로 보편화된 근대화와 대비되는 반근대적 근대화의 논리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떠나 중국식 현대화는 철학적, 사상적으로도 서구가 보편화한 근대와 격렬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조형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http://kr.people.com.cn/n3/2022/1017/c203278-101597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