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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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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꿈’에 가려진 사람들 _ 정규식


중국의 꿈에 가려진 사람들의 삶 이야기가 궁금하다

 

지난 20221016일부터 22일까지 1주일간 개최되었던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세간의 최대 관심사였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이 확정되었으며, 향후 중국을 이끌어갈 최고지도부 대부분이 시진핑 측근(習家軍)으로 구성됨으로써 강력한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확립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덩샤오핑 시기부터 확립된 집단지도체제가 약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도나 규정의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기에 시진핑 체제의 성격과 권력 구조 및 통치 방식에 대한 분석은 아직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세부적인 평가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향후 시진핑 3기의 국정운영 방향과 대내외의 정책 행보가 중국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가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이번 20차 당대회가 갖는 시대적 중요성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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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베이징 고가도로에 내걸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비판 현수막.

 

하지만 나의 관심은 이미 당대회 사흘 전 발생한 한 사건에 온통 집중되었다. 유명 대학들이 모여있는 베이징 도심의 한 고가도로에 누군가 두 장의 현수막을 내걸고 반()정부, ()시진핑 기습 시위를 벌인 것이다. 두 현수막에는 각각 “PCR (코로나) 검사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을, 문화대혁명 대신 개혁을, 영수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공민(公民)”, 그리고 독재자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요구가 적혀 있었다. 사건 직후 온라인상에 게재된 이 시위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은 모두 중국 당국의 검열과 통제로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그러나 저항의 불씨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공공 화장실이나 벽에 비슷한 문구의 글귀를 쓰거나 심지어 전단지를 돌리는 방식으로 여러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삼엄한 통제하에 묶여 꼼짝도 못 하거나, 아니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에 도취 되어 애국주의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만 표상되는 중국 인민들에 대한 인식 속에서는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결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중국의 꿈이라는 국가의 거대담론에 포획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도대체 시진핑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저항하며 몸부림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한 인민의 개조와 사회적 주체로서의 인민

 

주지하듯이 시진핑 시기 중국의 국가발전 목표는 부유해지는 것에서 강해지는 것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층 당 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함께 협력하는 공건·공치·공향(共建共治共享)’의 사회주의 공동체 건설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발전 전략의 이념적 토대 구축을 위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모델의 우월성을 4가지 자신감(노선, 이론, 제도, 문화)으로 정식화했다. 특히 여기서 문화를 세 가지 자신감의 토대이자 근본이 되는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인식하고, 사회주의 선진 문화의 건설과 중화 문명의 영향력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시 이데올로기에 대한 당의 지도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다양한 매체를 통한 애국주의 교육과 선전의 강화로 나아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911월 국무원이 신시대 애국주의 교육 실시 강요’(新時代愛國主義教育實施綱要)를 발표하면서 중화민족의 문화적 정체성 강화를 위한 사상교육이 본격화되었다. 특히 이러한 애국주의 강화 교육의 핵심 대상으로 청년 세대를 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21년 중국 교육부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학생 독본(習近平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思想學生讀本)>을 전국 초···대학의 통합교과 필수교과로 지정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요 연설에서도 청년 세대들에게 당에 대한 복종과 국가 및 당에 대한 사랑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당 중앙으로의 권력 집중과 영도 핵심으로서의 시진핑 개인의 권력 강화에 매진하는 중국 공산당에게 사회는 여전히 건설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있으며, ‘문화도 국가와 민족을 지배하는 영혼으로 규정되어 사회주의 문화강국의 건설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주체로서의 인민은 오로지 당에 의해 설계된 사회와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이자, 애국 및 민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통해 개조·육성되어야 할 존재로만 호명될 뿐이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그리는 사회주의 신시대의 미래는 결코 위로부터의 사회문화 건설과 이를 위해 배양된 주체들의 단편적 행위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에 포획되지 않은 복수의 중국 사회()와 인민의 향방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의 통치 이념이나 엘리트 정치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적 주체의 행위와 동역학(dynamics)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꿈은 하나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신시대 애국주의 사상교육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된 중국 청년 세대에서 오히려 중국의 꿈과 대조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 표출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문화란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건설되거나 주류 담론 및 사상으로 개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총체적 생활방식”(레이몬드 윌리엄스)이자 총체적 투쟁방식”(에드워드 톰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중국 청년의 문화 담론과 이를 유발한 심층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중국의 사회 변화를 읽어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먼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중국 청년의 문화적 표상은 애국주의적 민족주의에 불타는 열혈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펀칭’(憤靑, 분노하는 청년)과 사이버 팬덤 민족주의 세대로 알려진 샤오펀홍’(小粉紅)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문화적 표상의 이면에는 무한경쟁과 불안정 노동의 가속화, 그리고 이로 인한 사상적 위기라는 더욱 심층적인 사회적 맥락이 놓여있다. 즉 무한경쟁의 사회구조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내권內卷)과 이러한 삶 속에서 목표와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상황(‘상문화喪文化)이 중국 청년 세대의 사상적 단절 및 표류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도 대도시 인력시장에서 날품팔이로 생활을 이어가는 수많은 싼허청년’(三和青年)들과 폭스콘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하며 죽음으로 삶을 증명해야 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꿈에서 점차 멀어지는 바로 이 청년들이 관변의 주요 담론인 노력과 분투에 저항하며,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비협조 운동인 탕핑’(躺平)이라는 새로운 대항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너무나 당연하지만, 아니 그래서 더 쉽게 망각하게 되는 수많은 존재가 시진핑 시대의 중국에서 서로 다른 꿈을 안은 채,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저항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국가와 통치 엘리트들이 제시하는 중국의 꿈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이들의 삶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들리고 우리와 소통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규식 _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edition.cnn.com/2022/10/13/china/china-party-congress-protest-banners-xi-intl-hnk/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