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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중국'은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의 웹진입니다. '관행중국'의 전신은 '중국관행웹진'으로 2010년 9월에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2016년 7월까지 총 70회를 발간했습니다. 71회부터는 '관행중국'의 이름으로 개편 발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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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 중국의 민낯 _ 정주영

Vol.187/2026.04
갯벌로에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03-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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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국가의 내전이 주변국으로 확전되며 종국에는 그 지역 전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바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이야기다. 이 전쟁으로 그리스 도시국가의 맹주였던 아테네는 패배하면서 스파르타에게 패권을 넘겼고, 스파르타 역시 전쟁과 패권이 오히려 쇠망의 원인이 되었다. 이 전쟁은 전쟁 직전까지 초강대국 페르시아의 침입을 물리치고 발칸 반도와 흑해, 동지중해 일대를 장악하며 고전 그리스 문명을 찬란하게 꽃피웠던 그리스 세계의 권력 구조 자체를 붕괴시켰고, 이후 지중해 질서는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있을 수 없음을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오늘날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 전쟁이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향방을 바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란 침공 원인은 여러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이 내세우는 전쟁의 명분은 ‘이란의 핵개발’이다. 그러나 이란의 핵과 미사일이 과연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상이한 제보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란은 핵무장 포기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미국의 공습이 있기 일주일 전까지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합의안 초안을 준비 중이라며,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초래할 재앙적 상황을 우려했다. 미 국방부조차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징후는 없었다고 인정했고, 국제원자력기구도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보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을 치러야 할 만큼 위험이 임박했다는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가장 명분을 갖춘 이유조차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다양한 전쟁의 원인이 언론 보도와 분석 속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동 지역에서 오랜 종교·민족 갈등 관계에 있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경제 악화 등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를 맞이한 이란을 공격할 기회를 포착해 협공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억제 목적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국내 정치적 위기 요인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지난해 말부터 트럼프는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취임 당시 47%였던 지지율은 2025년 말 31%까지 하락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계속되는 앱스타인 연루설 등 트럼프를 둘러싼 여러 정황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하원이 트럼프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스라엘 내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상황이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정치적 부담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복합적 원인에서 시작된 전쟁은 그 결과 또한 군사·경제·외교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파장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질문은 미국의 패권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이다. 이번 전쟁은 국제법과 다자주의, 인권 규범을 훼손했다는 비판 속에서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크게 약화시켰다. 미국 정치권 인사들은 명분 없는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당시 환호했던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세력조차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하메네이 제거 작전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되었다는 소식에 구글과 OpenAI 직원들은 살상 무기에 AI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비용 분담 요구는 영국 등 전통적 동맹국들마저 미국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미국은 패권국으로서의 군사적 역량 측면에서도 취약함을 노출시켰다. 2~3일 내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의 호언장담과 달리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으며, 이란의 비대칭 전쟁 방식은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걸프 국가들의 원유 및 LNG 시설 피해는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패권은 단순한 군사력만이 아니라 정당성과 신뢰 위에 구축된다. 따라서 이번 전쟁으로 미국이 입은 손실은 단기적 군사 성과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잃는 것”과 “중국이 얻는 것”에 대한 분석이 병행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확전 반대, 대화 촉구, 안정 강조’라는 외교적 메시지를 일관되게 제시하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스스로를 ‘책임 있는 대국’이자 ‘평화로운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은 군사적 개입 대신 외교적 메시지와 다자주의 담론을 통해 도덕적 정당성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과 중국 리더십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군사동맹 네트워크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며, 글로벌 리더십을 주장하면서도 전통적 의미의 안보 비용을 적극적으로 부담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이란과 오랜 시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 과연 이란을 어떠한 방식으로 도울지는 세계가 주목하는 부분이었다.

 

중국이 중동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것은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중동 지역에 공백이 생기면서부터이다. 당시 중국 최고 지도부가 직접 대중동 외교의 전면에 나서면서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이후 중동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은 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관계로 확장되었다. 중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맹비난하며 중동 국가의 입장을 지지했고, 이란과 사우디의 7년간 단교를 종결하고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데 중재 역할을 하며 외교적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물론 중국은 전통적 외교 원칙인 내정 불간섭을 내세우면서 정치적 분쟁 상황 속에 있는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중국과 이란의 관계도 이러한 맥락에서 형성되고 강화되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간 동안에도 중국은 하마스 공격을 지원한 것으로 거론되는 이란과 고위급 접촉을 유지하며 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산 석유의 80% 이상도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2021년 중국은 이란과 전략 협정을 맺고 25년에 걸쳐 인프라와 통신 건설에 4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번 미국의 침공이 있기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중국과 이란은 중국·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철로’ 착공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도 중국의 철저한 실용주의와 자국 중심 안보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이란 전쟁에 대해 군사적 개입보다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은 지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협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3월 8일 진행된 왕이 외교부장의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 외신 기자회견 에서의 발언과 이후 외교부 발표 내용들은 중국이 이란 전쟁보다 미국과의 관계 관리에 더 방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초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과 중국에게는 더욱 중요한 사안이었다. 왕이 외교부장은 외신 기자회견에서 세계 정세의 혼란 속에서도 중국이 안정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정상외교가 중국 외교의 방향을 잡는 핵심축임을 밝혔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관계 맺는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세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며 휴전과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 아울러 세계가 힘이 지배하는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대외적 메시지뿐만 아니라 제도적·경제적 플랫폼을 통해 리더십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양회를 예정대로 개최하고 ‘15·5 규획’을 발표했다. 이어 전 세계 고위급 정치인과 경제인, 다국적 기업 CEO를 초청해 국제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중국 발전포럼을 개최하고, ‘보아오 아시아 포럼 2026’을 통해 개방·협력·혁신이라는 의제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올해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적 리더십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군사력이 아닌 경제, 제도,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형 리더십’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중국의 대응은 중국식 글로벌 리더십의 핵심적 특징을 보여준다. 자국중심적 안보관과 실용주의에 기초한 중국의 대외전략 프레임에서 이번 사안은 자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직접 개입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외부 충격이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같은 방식의 개입적 패권국 역할을 수행할 의지가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동맹국을 위해 안보 비용을 적극적으로 부담하는 미국식 패권을 중국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안보적, 규범과 가치적인 공공재를 제공해왔으며, 이는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확립 전략에서 비용과 이익의 계산 방식은 분명 미국과 상이해보인다. 즉,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되, 그 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관리와 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적 개입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가장 확연한 차이는 중국은 동맹국에 대한 직접적인 안보 보장을 제공하기보다는, 규범과 원칙을 강조하는 외교적 접근과 경제적·제도적 연계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전쟁은 단순히 미국의 승패를 가르는 사건으로만이 아니라 패권의 성격 자체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은 전쟁의 결과와 무관하게 글로벌 리더십, 특히 동맹의 신뢰와 규범적 정당성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세계에서 중국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가? 중국은 분명 ‘협력적이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으로 비패권적 질서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영향력 구조로 귀결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의 균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중국에게는 자신의 리더십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언제나 질서의 전환점이었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전환점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정주영 _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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