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의 ‘개혁·개방’ 정책 _ 이승아

사진1. 중국(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입구에 있는 갈매기 형상의 관문
‘성장동력 둔화’와 ‘내수 부진’. 요즘 중국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이다. 예부터 먹고사는 문제가 흔들리면 사회는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체제의 정당성까지 시험한다. 그래서 위기의 시기에는 오히려 국가가 내놓는 ‘리스크 관리’와 ‘미래 청사진’이 권력의 권위와 체면을 다시 세우는 수단이 되곤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공개된 제15차 5개년 계획 관련 ‘건의’와 지난 시진핑 ‘신시대’의 경제 운영 방식을 함께 살펴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공식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기술혁신–투자–판매(수요)로 단순화된다. 시진핑 정부 역시 혁신과 투자를 성장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하여 시진핑 정부가 내건 다양한 방안과 슬로건들 사이에서 흥미를 끄는 내용이 ‘개혁·개방’ 정책일 것이다. 새삼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것도 그러하지만, 그것이 정책구호를 넘어 정치적 언어로 기능해 왔다는 점이 그랬다. 보호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세계에서 중국은 ‘개방’을 말하며 스스로를 세계 시장의 수호자처럼 포장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개방은 서방식 의미의 전면 자유화가 아니다. 중국식 개방은 대체로 국가가 통제 가능한 형태로 설계된 개방, 즉 ‘관리형(통제된) 개방’에 가깝다.
이 관리형 개방을 이해하는 열쇠가 ‘제도형 개방’이다. 관세를 낮추는 수준의 개방이 아니라, 규칙·규제·절차 등을 제도적으로 손보면서 “열 수 있는 문은 열되, 그 문이 어떻게 열려야 하는지는 국가가 정한다”는 방식이다. 오늘날 글로벌 통상의 전장은 더 이상 관세만이 아니다. 데이터, 디지털 거래, 정부조달, 지식재산권, 서비스 시장 규범처럼 이른바 ‘국경 뒤 규칙’이 경쟁의 핵심이 됐다. 중국이 제도형 개방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규칙 게임’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혹은 최소한 접속 가능한 형태로 규칙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다.
대표 사례로 늘 언급되는 곳이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FTZ)다. 상하이 FTZ는 2013년 출범 이후 ‘네거티브 리스트(외국인 투자 제한 항목 목록)’ 방식을 통해 개방을 실험해 왔다. 쉽게 말해 금지 제한만 적어두고, 나머지는 허용한다는 틀이다. 이는 전면 개방과는 거리가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무엇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중국이 택한 방식은 전국을 한 번에 열어젖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역에서 먼저 시험하고 성과가 확인되면 확산하는 ‘시범–복제’ 모델로, 이는 오랜 중국의 정책적 전략이기도 했다.
이 흐름은 2023년 이후 더 노골적으로 진화했다. 상하이 FTZ(린강 포함)에서는 디지털무역, 전자문서, 지식재산권, 데이터 표준 등 국제 거래에서 사실상 ‘규칙’으로 작동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국제 고표준 규칙과 호환 가능한 제도 패키지를 먼저 적용·시험하고, 검증된 조치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려는 방향이 강조됐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 표준’은 ‘ISO 같은 기술 규격’만이 아니라,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과 인증, 데이터의 이동과 안전관리, 정부조달의 투명성 같은 운영 규칙의 집합에 가깝다. 다시 말해 중국은 국제 규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국제 생태계와 중국 내지 생태계 사이를 연결하는 ‘어댑터(접속장치)’를 만들고 그 범위를 넓혀 왔다.
상하이가 규칙을 실험하는 무대라면, 홍콩은 다른 의미의 ‘개방 장치’다. 홍콩은 중국식 개방의 게이트이자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해외 자본이 본토로 곧장 들어오기보다, 홍콩에서 먼저 위안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환율·금리 변동을 상쇄하는 헤지(보험) 수단을 이용한 뒤, 제도화된 연결 통로를 통해 본토 채권이나 금융자산 투자로 이어진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열어두되 관리한다’는 원칙이다. 자금이 들어오는 문은 홍콩이라는 관문을 통해 넓히지만, 반대로 자금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문(자본유출)은 상대적으로 더 엄격히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국제화(유입)와 통제(유출) 사이의 긴장은 중국식 개방이 안고 있는 구조적 딜레마다.
여기에 하이난까지 더하면 중국의 개방 지도는 ‘삼각 구도’에 가까워진다. 상하이는 제도와 규칙을 시험하는 실험실, 홍콩은 국제 자본이 출입하는 금융 게이트, 하이난은 통관·관세·물류와 조세를 섬 단위로 묶어 설계하는 패키지형 개방 실험장이다. 하이난이 홍콩을 대체한다기보다는, 기능이 겹치면서도 분업하는 보완재에 가까운 이유다.
다만 한 가지 단서를 붙여야 한다. 유동성과 연결 통로가 커진다고 해서 외국 자본이 자동으로 몰려오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이 최종적으로 보는 것은 여전히 성장 전망, 규제의 예측 가능성, 정치·지정학 리스크다. 제도형 개방은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정교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동기’까지 보장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중국식 개방의 흐름은 분명하다. 시진핑 시대의 ‘개혁·개방’은 서방식 자유화로 직선 이동하기보다는, 특정 구역(FTZ)과 특정 관문(홍콩), 특정 실험장(하이난)을 통해 단계적으로 연결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이 말하는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은 개방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방을 관리 가능한 형태로 재설계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설계가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중국이 ‘관리’와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승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govt.chinadaily.com.cn/s/202110/12/WS61691909498e6a12c1206b9e/shanghai-ftz-eyes-further-innovations-in-its-ninth-yea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