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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중국'은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의 웹진입니다. '관행중국'의 전신은 '중국관행웹진'으로 2010년 9월에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2016년 7월까지 총 70회를 발간했습니다. 71회부터는 '관행중국'의 이름으로 개편 발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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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에 금방이 많은 이유 _ 이정희

Vol.184/2026.01
관행 톡톡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12-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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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야오와랏 차이나타운의 명물은 금방이다. 세계의 다른 차이나타운에도 금방이 있기는 하지만, 밀집한 공간에 다수의 금방이 집중해 있는 곳은 단연 야오와랏 차이나타운이다.

 

2025년 2월 12일 원소절에 야오와랏을 찾았을 때, 여러 금방 가운데 성발흥금방(成發興大金行)은 규모가 크고 손님도 특히 많았다. 이 금방의 간판은 다소 독특했다. 간판의 제일 위쪽에는 태국어로 ‘ทองสุพรรณ’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ทอง’(Thong)’은 황금을 뜻하고, ‘สุพรรณ’(Suphan)은 ‘찬란한’·‘고귀한’의 의미를 지니므로, 이를 종합하면 ‘찬란한 황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아래 왼쪽에는 다소 생소한 로마자 표기인 ‘THO G SUPHAN YAOWARAJ’가 보인다. 이는 태국 화인 경영의 금방 간판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혼합 표기이다. ‘THO’는 금방을 뜻하는 관행적 표기이고, ‘G’는 ‘Gold’의 약자이며, ‘SUPHAN’은 태국어로 찬란함을 의미한다. ‘YAOWARAJ’는 야오와랏의 태국어 지명을 로마자로 표기한 것이다. 바로 옆에 중국어로 ‘成發興大金行’이라고 병기된 점을 보면, 이는 성발흥금방의 야오와랏 지점임을 알 수 있다.

 

성발흥금방 인근에는 화성흥금방(和成興大金行)의 길거리 대형 간판도 눈에 띄었다. 간판의 제일 위쪽에는 태국어로 ‘วิชัยเยาวราช’라고 적혀 있었는데, ‘วิชัย’(Wichai)는 큰 성공을 뜻하고, ‘เยาวราช’(Yaowarat)는 야오와랏을 의미한다. 즉, 화성흥금방의 야오와랏 지점이라는 뜻이다.

 

성발흥금방과 화성흥금방은 태국 화인의 주류를 형성하는 조주계(潮州系) 화인이 경영하는 대표적인 금방이다. 조지 윌리엄 스키너(G. William Skinner, 1925~2008)는 1952~1953년에 방콕 화인의 교향(僑鄕)별 직업 분포를 조사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금방 업종은 조주계 화인이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에게 금과 보석을 납품하던 조주계 화인 243명은 금·보석조합을 조직하여 활동하였으며, 이 가운데 235명은 차오양(潮陽) 출신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성발흥금방의 실내에는 길상과 부귀를 상징하는 붉은색 진열대에 금목걸이와 팔찌가 대량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금방의 유리창에는 금 시세와 중량이 표시되어 있었고, 점원은 내부에서 손님을 상대로 순금의 계량과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내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거래는 주로 중국어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생김새와 말씨로 보아 중국 본토와 중화권에서 온 화인으로 보였다.

 

 

사진1. 성발흥금방과 화성흥금방의 간판

 

 

작년 12월 19일에는 마카오의 중심가인 리스보아가(Avenida de Lisboa, 葡京路)를 찾았다. 마카오 반도의 중심가인 리스보아가에는 마카오 카지노 산업을 상징하는 건물인 그랜드 리스보아 마카오 호텔(Grand Lisboa Macau, 新葡京酒店)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 앞을 지나칠 때 거리 양측에 금방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야오와랏 차이나타운의 금방 거리를 자연스럽게 상기시켰다.

 

가장 먼저 마주한 금방은 주대복금방(Chow Tai Fook, 周大福)이었다. 이 금방은 1929년 화인 Chow Chi-Yuen(周至元, 1900~1971)에 의해 광저우에서 ‘周大福金行’이라는 상호로 설립되었으며,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거치며 사업 기반을 점차 홍콩과 마카오로 이전했다. 그의 사후에는 사위인 Cheng Yu-tung(鄭裕彤, 1925–2016)이 경영에 참여하여 주대복금방을 세계 최대의 금·보석 소매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나아가 주대복금방을 기반으로 부동산·호텔·금융 부문까지 사업을 확장하여 신세계발전그룹(新世界發展, New World Development Company Limited)을 구축하였다. 현재 주대복금방은 중국 본토를 비롯해 홍콩·마카오·타이완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7,00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주대복금방 바로 옆에는 육복금방(六福珠寶, Lukfook Jewellery)이 자리하고 있었다. 육복 금방은 1991년 홍콩을 기반으로 설립된 금방 소매 전문점으로, ‘육복’이라는 명칭은 중국 전통의 길상 개념인 壽(장수)·富(부)·康(건강)·德(덕)·和(화합)·善(선)에서 유래하였다. 현재 전 세계에 약 3,500개 내외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대복금방과 함께 중화권을 대표하는 세계적 금방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이어서 등장한 금방은 영황금방(英皇珠寶, EMPEROR)이었다. 이 금방은 1942년 홍콩에서 출발하였으며, 현재 전 세계에 약 1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영황금방은 금방 사업을 토대로 금융·부동산·엔터테인먼트·호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여 영황그룹(英皇集團, Emperor Group)으로 발전하였다.

 

화교화인의 거주 비율이 높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도 금방은 널리 분포해 있다. 보흥금방(Poh Heng Jewellery, 寶興)과 안창금방(On Cheong Jewellery, 安昌珠寶)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전통적 금방 브랜드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보광금방(寶光金行, Poh Kong Jewellers)이 약 10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한 최대 규모의 금방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2. 마카오의 주대복금방과 영황금방의 실내 모습

 

 

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민족이 있을까. 그러나 화교화인이 금을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과 전통문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근대 시기 중국은 국내의 정정 불안과 서양 및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은 정부의 화폐 발행 남발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었다.

 

해외로 이주한 화교화인은 이주지의 근대적 금융기관으로부터 배제되거나, 거주지의 정정 불안과 원주민 사회와의 갈등·충돌 속에서 현지 화폐를 보유할 경우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금은 지역과 국경을 넘어 어디서든 화폐로 교환할 수 있고 직접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정치경제적 조건은 화교화인의 금 보유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전통의 관행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사회에서는 혼례 때 금을 선물하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약혼과 혼인 과정에서 신랑 측이 신부에게 금목걸이, 금팔찌, 금귀걸이, 금반지 등을 선물하는데, 이는 신부를 가문의 구성원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아이가 태어날 때에는 조부모와 외가, 친척들이 금목걸이와 금팔찌, 금반지를 장수의 의미로 선물한다. 또한 회갑과 고희, 미수와 같은 축하연 때는 자녀와 손자들이 금목걸이나 금반지를 증정하는데, 여기에는 장수와 함께 가문의 덕과 복이 대대로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화교·화인의 ‘세계’ 22】

이정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1) William Skinner(1957), Chinese Society in Thailand: An Analytical History, Cornell University Press.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은 필자가 직접 촬영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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