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해외 중국학 연구성과 소개 (5) _ 리페이
[편집자의 말]
2025년 8월호부터 시작되는 ‘해외 중국학 연구동향’ 코너는 우리 연구소의 연구 아젠다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최근 발표된 중국학 관련 주요 연구 성과들을 엄선하여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는 “중국적 표준과 질서 재구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연구 아젠다를 바탕으로, 다음 다섯 가지 주제에 관련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중국 향촌사회와 그 거버넌스의 변화
△ 물류/유통 네트워크와 관계망의 변화
△ 국경지대에서의 인적/물적 교류와 국경관리
△ 한반도 화교의 해외이주, ‘일대일로’와 화교의 역할
△ ‘일대일로’와 중국적 세계질서 담론
본 코너를 통해, 위의 다섯 가지 주제와 관련된 해외 중국학 연구의 최근 성과를 국내 연구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에서 출판되어 국내 독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연구논문이나 학술 전문서적을 중심으로, 그 초록이나 서평을 바탕으로 정치적 색채가 옅고 비교적 객관적·중립적인 내용을 선별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중국 관련 지식과 중국학 관련 학술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제목]
「시골 학교의 아이들: 중국 현 단위의 교육 생태(縣中的孩子:中國縣域教育生態)」
[서지사항]
저자: 린샤오잉(林小英)
출판사: 상해인민출판사(上海人民出版社)
ISBN: 9787208182714
출판연도: 2023
[요약]
이 책은 중국 농촌과 지방 교육의 현장을 ‘심층 기술(thick description)’ 방식으로 생생하게 기록하는 교육 민족지(educational ethnography)이다. 약 30여 년 전, 이와 유사한 교육 민족지『촌락 속의 ‘국가’(村落中的“国家”)』1)가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 책의 저자인 리수레이(李书磊)는 현재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의 최고 책임자이다. 리수레이가 이 민족지를 집필하던 시기는 중국 농촌과 지방 교육의 이른바 ‘전성기’가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였다. 수많은 농촌 및 지방 현(縣)·향(鄉) 단위 출신 학생들은 가오카오(高考, 대학 입시)를 통해 운명을 바꾸고, ‘농민’이라는 날인 찍힌 신분을 벗어나기를 희망했다.
당시 농촌 초등학교에서부터 현(縣)·향(鄉) 단위의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 입학 규모는 종종 학교 정원을 크게 초과했으며, 아무리 외진 농촌이든, 아무리 낡고 열악한 교실이든, 어디에서나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리수레이의 민족지는 국가의 말단, 즉 촌락에서부터 현대 민족국가를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 작품이었다.
그러나 약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사회 전체는 국가의 교육 시스템이 농촌·지방·계층을 체계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하게 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농촌과 지방의 기초교육이 누렸던 ‘전성기’는 점차 막을 내렸고, 농촌과 지방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지급시(地級市)의 학교에 선발되어 흡수됐다. 이에 따라 도시와 농촌, 중심도시와 지방 간 교육 수준의 격차는 급격히 확대됐다. 지급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다는 것은 거의 대학 교육과 인연이 끊어졌음을 의미했고, 다수의 농촌 및 지방 출신 학생들은 겨우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연해 지역 대도시로 가서 외지 노동(打工)을 하게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이들은 이른바 ‘신세대 농민공(新生代農民工)’의 신분과 계층을 다시 재생산하는 구조 속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자,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대학의 대규모 정원 확대, 교육의 시장화와 경쟁 메커니즘의 도입, 농촌과 지방 교육자원의 ‘통합화’ 명목으로 추진된 농촌지역 초중등학교 통폐합 등 일련의 개혁 조치가 초래한 막대한 부정적 효과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시골 학교의 아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저자 린샤오잉(林小英)은 특정 정책에 대한 비판에 매몰되기보다, 농촌과 지방 교육 시스템의 전개 과정과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 그리고 이 시스템이 정부나 시장·자본과 맺는 관계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이 민족지는 해외 연구자들이 중국 농촌과 지방 교육이 전개되어 온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상세한 자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가–교육 시장–학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본서의 제1장은 교육 민족지의 현장으로 들어가기 전의 서론으로도 읽을 수 있으며, 동시에 지난 30여 년간 중국 교육체계와 교육개혁 전반에 대한 이론적 성찰로도 이해될 수 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중국의 ‘삼농(三农)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농촌 및 지역 거버넌스의 관점을 도입하며, 특히 1990년대 중반 분세제(分税制) 개혁 이후 ‘현(县) 단위 거버넌스’2)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리수레이의『촌락 속의 ‘국가’』가 기록한 시기에는 교육체계가 촌(村) 단위까지 깊숙이 내려가 있었으며, 그 당시의 핵심적 모순은 촌 단위의 열악한 교육재정·교사 자원 및 교육 수준의 불균등,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농민들의 강한 열망 사이의 충돌이었다고 지적한다.
반면, 이 책이 관찰한 시기에 이르면, ‘현 단위 중심’의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 하에서 현 정부가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개입 및 통제가 가능해졌으며, 현 단위 교육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교육에 대한 행정적 통제력이 또한 전례 없이 강화됐다. 다수의 현 단위 고등학교에서 대학입학률이 하락하는 현상, 그리고 일부 현에서 교육을 핵심 산업으로 삼아 ‘가오카오 공장(高考工廠)’을 목표로 하는 ‘슈퍼 고등학교(超級高中)’가 등장하는 현상은, 사실상 교육에 관련된 전문성이 전혀 없는 현 정부가 교육 영역에 대해 무리하게 개입·통제한 결과라고 분석된다.
본서의 제2장부터 제5장까지 저자는 전형적인 교육 민족지의 기술 방식을 활용하여, ‘현 단위 중심’ 체제 아래에서 교실과 수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심층 기술하고, 아울러 교육 과정의 핵심 참여 주체인 학생·교사·학부모의 심리와 행위방식에 주목한다.
이들 장에서 저자는 ‘현 단위 중심’ 체제가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로부터 참여 주체로서의 주체성을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주체성의 박탈은 다수의 행위자로 하여금—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현행 체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곧 학생들이 ‘시골 하교의 아이들’이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은 채 교육 과정에 편입되며, 그 과정 안에서 신분과 계층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구조로 귀결된다.
제6장부터 제9장에 이르러, 저자의 시선은 현(县) 단위 정부의 교육에 대한 행정적 개입 방식과 그 과정을 주목하게 된다. 먼저 저자는 현 정부가 교장 인사와 학교 행정 인력의 배치 등을 통해 학교에 영향을 미치고 통제력을 행사하는 다양한 방식과 구체적 절차에 주목한다. 이어서 저자는 이러한 통제 하에 놓인 학교가 교육의 공간에서 점차 이탈하여, 현 정부가 각종 정치동원 및 행정동원을 수행하는 정치적·행정적 도구로 변질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학교와 교육체계를 장악한 현 정부가 가오카오 성적·학교 전원 확대 등 교육 성과를 정치적·행정적 업적(政績)으로 내세우며, 교육 시장에 교육 산업자본을 끌어들이고, 불투명한 정(政)-상(商) 간 뒷거래를 통해 현 단위 내의 ‘가오카오 공장’이나 ‘슈퍼 고등학교’와 같은 지역 브랜드형 명문고를 탄생시키는 정경유착 과정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의 결론으로서, 제9장에서는 “교육의 주체성을 되찾으라”라는 저자의 제안이 제기된다. 저자에 따르면, 새로운 교육 시스템 수립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2000년대 교육개혁은, 원래 현 단위를 교육의 실행 주체로 삼아, 교육 과정에서 농촌과 지방이 더 큰 능동성을 발휘하도록 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이러한 개혁의 취지와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현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사실상 교육사업 전반의 접수로 인해, 교육은 때로는 행정화되거나, 때로는 현 정부와 교육 자본의 정경유착으로 시장화의 방향으로 수동적으로 밀려가게 됐다. 그 결과, 원래 교육 과정의 핵심 참여 주체였던 학생·교사·교장·학교 행정인력·학부모 등은 고등학교 진학, 가오카오 성적, 교원 직급· 평가, 승진, 전원 확대 등 외부적 성과 요인에 의해 외면되어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박탈당하게 됐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교육의 전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분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교육 분야 특유의 전문성으로 인해 다소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장에서 제시되는 풍부한 현장 사례는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실제 상황을 포착하고 있어, 관련 주제에 관심 있는 해외 연구자들에게 생생하고도 충실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책을 리수레이의 민족지 연구와 비교하면서 정독하면, 2000년대 이후 중국 교육 시스템이 어떤 거대한 개혁과 변화를 겪어 왔는지 더욱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본서의 말미에서 제시한 “교육의 주체성을 되찾으라”는 제안은, 오늘날 저출산·농촌 및 지방의 고령화와 인구 공동화라는 거시적 배경 속에서 점차 관심을 끌기 시작한다. 예컨대 제2장의 교육 현장 민족지에서, 농촌 초등학교가 사용하는 전국 통일 교과서가 산업화·도시화 사회를 전제로 구성되어 있어,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그 결과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실감을 갖기 어렵게 된다는 사례들이 기술된다.
이 책에서 기술되는 초등학교 수학 수업 현장의 사례로 예를 들면, 곱셈·나눗셈을 설명하기 위해 교과서에서는 달러·유로와 위안화 간의 환율 계산을 예시로 제시하지만, 농촌 초등학생들은 비록 곱셈·나눗셈 자체는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도, 산업화·도시화 시대의 개념인 ‘환율’에 실제로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최근 일부 지역의 교육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방 지식(local knowledge) 과목’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교육 전 과정에서 ‘지역성’의 중요성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다음 사진 참조). 이는 본서에서 제기된 문제의식과 제안을 구현하는 적극적인 실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사진1. 윈난성(雲南省) 소재 소수민족 자치현의 초등학교 3학년 교과과목 편성표. 오랫동안 소수민족 언어 과목이 폐지된 현실에서, 학교는 ‘지방 과정(地方課程)’을 신설하여 지역의 고유 지식·문화 요소를 교육과정 안에 재통합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리페이 _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자료
1) 李書磊, 1999, 『村落中的國家: 文化變遷中的鄉村學校』, 杭州: 浙江人民出版社.
2) 이 시기 지방 거버넌스 과정에서 현 단위 위상 강화에 관련된 국내 연구는 조형진, 2015, 「중국 현의 재부상」, 『중앙사론』, 42 참조.
*** 이 글에서 사용한 자료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1. 2025년 10월 필자 촬영(사진 내용은 개인 정보 보호 때문에 일부 흐리게 처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