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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중국'은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의 웹진입니다. '관행중국'의 전신은 '중국관행웹진'으로 2010년 9월에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2016년 7월까지 총 70회를 발간했습니다. 71회부터는 '관행중국'의 이름으로 개편 발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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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불안 속 새로운 세상을 비추는 달로 날아가는 기구(氣球) 이야기, 『월구식민지소설(月球殖民地小說)』_ 김빛나리

Vol.183/2025.12
관행 톡톡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11-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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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 아마도 많은 이들이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바라보며 올해 기억할 만한 일들을 떠올릴 것이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흘렀고 하루하루는 때로 평범하고 무미건조하게 지나갔지만, 돌이켜보면 크고 작은 사건들이 촘촘히 엮인 일 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초점을 개인에서 공동체로 좀 더 확대해 본다면, 매 해 인류는 엄청난 격동의 시간을 지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인류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빠르고 급격한 변화를 전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인 화두로 등장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위협하는 인간의 일자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당분간은 굳건하리라 생각했던 세계 질서의 구도가 급격하게 뒤바뀌고, 그간 인류가 추구해 온 가치와 바람직하다 여겨온 체제에 대한 도전과 반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이토록 숨가쁜 변화가 이어지며 내가 발 딛고 선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느낄 때, 우리는 기대와 설렘을 품을 수도 있지만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만큼이나 혹은 지금보다 훨씬 더 격변하던 시대인 20세기 초, 중국에서 ‘과학’을 소재로 삼은 최초의 과환소설(科幻小說, SF)들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우리처럼 희망 섞인 바람과 절망 섞인 우려를 그 시대 사람들도 품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중 비교적 이른 시기 탄생한 것이 지금부터 소개할 『월구식민지소설(月球殖民地小說)』이다.

 

1. 의기 넘치는 지사, 생이별한 가족 찾아 기구를 타고 온 세계를 떠돌다

 

중국근현대문학 관련 연구 중 비교적 최근에 진행된 ‘중국과환소설(中國科幻小說)의 기원’에 대한 탐색은 1980년대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작가 예융례(葉永烈)는 1986년 출간된 『중국대백과전서(中國大百科全書)•중국문학(中國文學)Ⅰ』에 실린 ‘과학문예(科學文藝)’ 항목을 집필하면서, ‘중국 작가가 창작한 최초의 과환소설’로 『월구식민지소설(月球殖民地小說)』을 언급했다. 이 작품의 저자는 황강조수(荒江釣叟)로, 풀이하면 ‘황량한 강에서 낚시하는 늙은이’ 정도가 되겠다. 작가의 신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현재까지 같은 필명으로 창작된 다른 작품도 발견되지 않았다. 청나라 광서(光緖) 29년인 1903년 창간된 잡지 『수상소설(綉像小說)』에 연재된 『월구식민지소설』은 1904년 제21기(期) 지면에 첫 번째 회(回)가 실린 후 제21-24기, 제26-40기, 제42기, 제59-52기에 걸쳐 연재되었고, 35회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다. 미완에 그친 이 장회체(章回體) 소설의 원문은 약 13만 자(字)에 달하며, 연재시에 소설 내용과 함께 삽화가 게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첫 회부터 32회까지 매 회차마다 한 장의 삽화에 소설의 내용을 묘사했는데, 32회부터 35회까지는 두 장씩 실리기도 했고, 해당 회차의 내용에 대응하는 글귀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무래유(巫來由) 서남 해안, 송개부용(松蓋芙蓉)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에 대해 언급하며 시작한다. 그 곳에 자리한 난약하(蘭箬河), 중국인 마을 돌이기사촌(突而其斯村)에 용필대(龍必大)라는 천문박사(天文博士)가 있다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사실 이 인물은 주인공 용맹화(龍孟華)의 아들이다.

 

용맹화는 호남(湖南) 상향(湘鄕) 출신 문인으로 배우자는 봉(鳳)씨인데, 권신을 탄핵했다가 화를 입어 목숨을 잃은 장인에 대한 복수를 하려다 원수의 조카를 잘못 죽이고 처와 함께 남양(南洋)으로 도망친다. 그 길에서 만난 이안무(李安武)도 치안책을 올렸다가 죄를 얻어 송개부용으로 피신한 지사(志士)로, 해남대학당(海南大學堂) 총판(總辦)인 그의 청을 받아 동행하는 과정에서 불행히도 배가 뒤집혀 용맹화는 처 봉씨와 헤어진다. 구조되어 이안무에게 의탁하는 과정에서 용맹화는 이안무의 벗이자 처남이 되는 미화광무공사(美華礦務公司) 총판 복심재(濮心齋)와 그 딸 복옥환(濮玉環), 의원 백자안(白子安), 이안무의 도망을 도왔던 일본인의 아들인 등전옥태랑(藤田玉太郞), 복심재 벗의 딸로 학당에서 여성들을 가르치는 당혜량(唐蕙良)등을 알게 된다.

 

8년 후, 용맹화는 외국 신문의 실종자를 찾는 광고에서 처 봉씨가 미국인 마소아(瑪蘇亞) 부인에게 구조되어 그의 의붓딸이 되었으며, 미국에서 아들 용필대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소년이 현재 실종 중이라는 소식을 접한다. 마침 옥태랑은 새로 개발한 기구(氣球)를 타고, 유학을 떠났던 당혜량•복옥환과 함께 돌아와 기구 개발을 도운 복옥환과 혼인한 참이었다. 그는 기구를 이용하여 용맹화가 부인과 아들을 찾아 미국으로 가는 것을 돕는다.

 

기구 덕에 순식간에 뉴욕에 도착했지만 마소아의 집에 불이 나고 봉씨의 행방도 묘연해졌음을 알게 되고, 이로부터 옥태랑과 용맹화 일행은 최신 기구를 타고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대륙을 두루 방문하며 갖가지 사건과 모험을 겪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계속해서 아내의 행적을 코앞에서 놓치며 좌절하던 용맹화는 마침내 인도양의 한 작은 섬에서 신비로운 둔헌노인(遁軒老人)의 인도로 신선 세상 같은 동굴 속 돌집 표요려(飄颻廬)에서 봉씨와 재회한다. 이어 영롱하고도 정교한, 대단히 뛰어난 기술로 만든 기구의 무리(隊)를 타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구사하는 신선 같은 아이들과 함께 아들 용필대도 나타난다. 알고 보니 집을 떠난 그는 우연히 지구를 찾은 월구(月球)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고향의 자제들과 성품과 골격이 어울린다(“你性骨格, 和我們家鄕的子弟尙屬相宜”)며 그를 데려가고 싶어했던 것이다.

 

마지막에 용맹화 일가는 함께 달 속(月中)으로 공부(讀書)를 하러 떠난다. 탄식하는 옥태랑은 용맹화가 아내와 상봉하기 전 홀로 지내던 곳에 공장(製造廣)을 만들어 기구의 원리를 연구하려 하는데, 중추절에 새로운 방법으로 기구를 실험하다 큰 부상을 입는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달에서 온 동자가 봉씨의 편지를 들고 방문하고, 치료를 간청하자 동자가 자신이 타고 온 기구로 급히 달려가는 장면이 35회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 작품 속 주요 등장인물들은 우국충정으로 가득 찬 지사들로, 의리와 복수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협객의 면모도 두드러진다. 그들은 부패한 관료와 암울한 조국의 현실에 울분을 토하고, 과거시험에 얽매인 옛 학문의 무가치함을 성토하며 계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격정적인 인물인 이안무는 35회에서 ‘조국 백만 리의 먼지를 쓸어내고, 사백 조 동포의 생명을 구하자(掃祖國百萬里的煙塵, 救同胞四百兆的性命)’고 연설하는데, 이러한 인물의 특성과 대사는 다소 진부하고 상투적인 느낌을 준다.

 

장회체 구성과 협의소설(俠義小說)적인 풍격이 세계여행과 탐험 서사, 새롭고 신기한 과학기물에 대한 묘사와 매끄럽게 어우러지지 못하고 때로 어색하게 겉돌기도 한다. 때문에 이 작품의 예술적인 성취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받지만, 그럼에도 텍스트 안에서 드러나는 시공간적 관념의 전환이나 서로 상충하는 관점의 대립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지구 곳곳을 오가는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기구나,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총포, 21세기 현대의학으로도 엄두를 내지 못할 과감한 외과수술에 대한 묘사 등이다.

 

2. 기구(氣球)와 월구(月球)가 보여주는 더 빠르고, 더 넓은 세계

 

앞서 언급했듯 『월구식민지소설』은 매 회 삽화와 함께 연재되었는데, 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다양한 크기와 구도로 묘사된 ‘기구’의 모습이다. 소설 속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은 가족을 찾고자 수많은 섬들을 탐험하거나, 위기에 몰려 도망치거나, 옥에 갇혀 죽음을 앞둔 동료를 구하러 갈 때 언제나 기구를 탄다. 이 작품에서는 거의 매 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며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이 이어지는데, 이야기의 극적인 전환이나 핵심적인 문제 해결 또한 기구의 등장과 조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총 40장 중 절반이 넘는 22장의 삽화에 기구가 그려져 있는데, 소설 속에서 처음으로 기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보름달이 뜬 밤 정자 앞 풀밭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이 최첨단 교통수단은 삽화 속에서도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구의 정교함과 그 내부의 훌륭한 설비에 대해서 소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구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속의 기계장치가 정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정말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선실 외에도 손님을 맞는 응접실이 있고, 몸을 단련하는 체조장도 있으며, 그 외에 침실과 큰 식당까지 갖추지 않은 것이 없고, 설비 또한 어느 하나 빠짐이 없어, 두 사람의 눈이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走到氣球裏面,那機器的玲瓏,眞正是從前所沒有見過的。除氣艙之外,那會客的有客廳,練身體的有體操場,其餘臥室及大餐間,沒有一件不齊備,鋪設沒有一件不精緻,兩人的眼睛都看花了。


 

 

그림 1(좌). 『월구식민지소설』 제5회 삽화로 기구가 최초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림 2(우). 『월구식민지소설』 제7회 삽화. 용맹화는 옥태랑과 기구를 타고 미국으로 떠난다.

 

 

용맹화가 옥태랑 부부와 함께 기구를 타고 뉴욕으로 떠나는 내용에서는 특히 그 빠른 속도와 안정성이 강조되는데, 그들은 남양(南洋)을 떠난 지 불과 네 시간 여 만에 뉴욕 상공에 도착하여 닻을 내린 듯 안정적으로 공중에 멈춰 선다.

 

다음 날 아홉 시에 함께 기구에 올랐다. 잠시 후 귓가에 바람 소리가 훅훅 울리고, 바다의 아득한 물결이며 우뚝 솟은 산봉우리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네 시간 정도 날아간 뒤에 기륜(氣輪)을 멈추고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면에서 대략 십여 리쯤 떨어진 곳에서 기구가 공중에 안정되었는데, 마치 배가 부두에 정박한 것과도 같았다. 창문을 밀고 사방을 바라보니, 그 시야가 과연 한없이 넓고 탁 트여 있었다.

 


次日九點鐘,同上了氣球。但覺耳畔風聲霍霍,那海水的汪洋、山峯的突兀,都不及辨別。走了四點鐘,已把那氣輪停住,漸漸落下。離地約莫十餘里左右,那球便穩住在空中,彷彿輪船停在碼頭的一樣。推窗四望,那眼界果眞來得闊大。


 

기구 외에도 작품 속에는 배와 마차가 자주 등장하고, 이는 삽화 속에서 검은 연기를 뿜으며 오가는 큰 기선과 돛을 여럿 단 범선, 서양식 마차로 그려져 있다. 새로운 교통수단의 발명과 보급이 인류의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히고 시간적인 제약을 해소했듯이, 등장인물들은 기구를 타고 자유롭게 세계를 누비며 모험하고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벗어난다. 심지어 이 기구에서는 강력한 무기인 녹기포(綠氣炮)를 쏠 수 있고 기뢰(氣雷)가 설치되어 있어서, 작품 후반부 어느 섬에서 중국인들 학살하는 외국 군대를 모조리 쓸어버리는 위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기구의 놀라운 성능과 정교한 만듦새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면서도 그 기술적인 원리나 구체적인 수치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삽화에 계속 등장하는 기구의 모습도 텍스트 속 묘사와 다른 부분이 있다. 앞서 언급한 기구의 첫 등장 장면에서 ‘기구의 겉면을 보니 수정 같은 빛이 반짝여 마치 하늘의 달(月輪)과 같았고, 아래에는 보통 기구에 쓰는 바구니가 없어서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 전혀 달랐다(看那氣球的外面,晶光爍爍,彷彿像天空的月輪一樣;那下面並不用兜籠,與尋常的做法迥然不同)’는 내용과는 달리, 삽화는 밧줄로 바구니를 달아맨 전형적인 열기구를 그리고 있다. 근대과학에 대한 엄밀한 탐구와 지식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 새로운 교통수단의 위력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는 신화나 전통문학의 환상적인 상상력을 동원했고, 삽화가는 아마도 당시 사람들에게 낯설게 비칠 기구라는 신문물을 어떻게 흥미롭고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현할지 고심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력은 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되는 쥘 베른(Jules Verne)의 과학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베른이 1865년 출판한 『지구에서 달까지(De la terre à la lune)』와 그 속편 『달나라 탐험(Autour de la Lune)』은 일본어 번역본을 거쳐 루쉰(魯迅)이 번역한 『월계여행(月界旅行, 1903)』과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이 번역한 『환유월구(環游月球, 1904)』로 각각 출간되었다. 과학적인 지식과 통찰 및 현실 사회에 대한 풍자, 계몽주의가 기저에 깔린 베른의 작품과 비교하면 『월구식민지소설』이 묘사하는 과학기술은 근대과학의 산물보다는 중국 전통문학 속 전기(傳奇) 혹은 신괴(神怪)에 대한 묘사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는 포탄을 타고 달나라로 가려는 대포 클럽 회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구에서 달까지』가 달까지의 거리, 달의 지형, 크기, 대기, 자전과 공전 운동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 것과 달리 『월구식민지소설』의 ‘월구(月球)’는 지구와 비견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한 문명이 있는 곳, 신비하고 아름다운 달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모호하게 그려지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말하자면 이 작품의 과학적 요소는 자연과학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나 근대적인 정신보다는 계몽의 필요성과 구국에 대한 근심에서 도입된 것으로, 정확한 과학지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중국 전통문학의 환상성이 과학적 요소와 어울려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와 풍격을 그려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림 3(좌). 『월구식민지소설』 제31회 삽화로 기뢰를 발사하는 기구를 묘사했다.

그림 4(우). 『지구에서 달까지』 삽화 중 하나로 달까지 가는 포탄 열차를 묘사했다.

 

 

3. 마치지 못한 이야기, 새 세상에 대한 바람을 실어 보내는 ‘달나라’

 

폭발적인 힘으로 지구의 중력을 뚫고 달까지 날아가는 쥘 베른의 소설 속 포탄 열차와, 보름달처럼 둥글고 반짝이며 하늘로 둥실 떠올라 날아가는 『월구식민지소설』 속 기구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 문학의 전통에서 달은 그리움과 슬픔 혹은 시름의 감정을 기탁하는 대표적인 자연물이자 항아분월(嫦娥奔月)로 표상되는 신화와 전설의 공간이었지만, 『월구식민지소설』 속 월륜(月輪)은 그곳에서 온 소녀 봉환(鳳鬟)의 말에 따르면 ‘이 세상처럼 더럽고 비열하지 않은(我那家鄉,不像這世界的齷齪)’ 이상적인 문명세계이자, 지구 최고의 기구를 만든 과학자 옥태랑이 보기에도 ‘하나하나가 열 배나 더 좋은(件件都好得十倍)’ 기구를 만들 수 있는 첨단과학이 발전한 세계로 변모한다. 떠나온 고향이나 연인을 생각하며 바라보던 대상에서 지구보다 훨씬 발달한 문명을 이룩한 외계인의 세계로 전환된 셈인데,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가 묘사하는 탐험과 정복의 대상으로서의 달과는 그 결을 달리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옥태랑이 월구로 떠난 용맹화 일가 소식에 탄식하며 기구를 연구하다 큰 부상을 입는 내용에서 암시하듯 그들에게는 아직 달까지 도달할 힘이 없었다. 흥미롭고 환상적인 여러 과학기물에 대한 묘사와 수많은 등장인물, 잡다하기까지 한 여러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이 작품이 제목에서 내세운 ‘달’과 ‘식민지’의 이야기는 결말을 내지 못한 채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신비한 달의 기구는 결국 인류의 것이 되지 못했고, 유학간 용맹화와 봉씨 부부, 그 아들 용필대가 과연 달 사람들에게 그 높은 기술과 학문을 배워 지구에 돌아와 뜻을 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작가가 못다 한 이야기 속에서 어쩌면 옥태랑은 기구의 원리를 완벽히 깨우쳐 다른 인종들을 모조리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 제작에 성공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지구보다 훨씬 훌륭한 첨단문명을 이룩한 달 사람들이 지구를 식민지로 삼아 다스리게 되었을 수도 있다. 성공이나 승리에 대한 어떤 확신도 주지 못한 채 흐지부지 멈춰 선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작품 속에서 몇 차례 언급된 ‘황인종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무색하게도 열강의 침략 앞에 무기력한 당시 중국의 현실을 드러내는 듯하다.

 

일견 황당무계하고 때로 어수선하게 진행되는 『월구식민지소설』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근심이나 울분에 차 있고, 쉬이 분노하고 고함치며, 때로 통곡하다 기절하기까지 한다. 당시 중국 지식인들은 세계의 중심이고 가장 발전된 문명세계라 믿었던 자신들의 조국이 서구 열강의 침략을 막아낼 수 없는 힘없고 뒤처진 늙은 제국임을 충격적으로 인식해야 했다. 용맹화의 심장을 꺼내고 장기와 함께 약수(藥水)로 씻어내 치료한 서양 의사는, 과거시험을 위한 팔고문(八股文)을 익히다 보면 심장과 폐와 간이 다 쪼그라든다고 말한다. 구습의 폐단을 인식하면서도 새로운 학문과 지식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사대부는 수술을 받고 살아났지만 여전히 망국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 열등감을 안고 있다. 울고 탄식하고 때로 격정을 이기지 못해 실신하는 이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암울한 현실 인식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창작된 지 이미 백 년이 넘게 지났고 세상은 몰라보게 뒤바뀌었지만 오늘날의 독자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세상이 무섭도록 빠르게 뒤바뀔 때 사람들이 느끼는 희망 섞인 불안과 설렘 섞인 두려움의 감정일 것이다.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 기후변화의 가속화, 세계질서의 급변 등 21세기의 인류는 20세기 초의 동아시아 사람들이 느낀 것과 다르면서도 유사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며 희망을 품는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많은 정의를 가져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지만 강렬하게 바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소중한 가치를 찾고, 새로운 꿈을 꾸는 그 마음은 인류를 앞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과학을 연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 되며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김빛나리 _ 중국 쓰촨대학교 문학박사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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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 著(2017), 김석희 譯, 『지구에서 달까지』, 파주: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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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冬梅(2008), 「科幻烏托邦:現實的與想象的—《月球殖民地小說》和現代時空觀的轉變」, 『現代中國文化與文學』, 第1期.

吳岩, 方曉慶(2008), 「中國早期科幻小說的科學觀」, 『自然辨證法研究』, 第4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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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sfdb.cn/works/13893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다.

李廣益 主編(2020), 『中國科幻文學大系 : 晩清卷. 創作1集, 月球殖民地小說』, 重慶: 重慶大學出版社.

쥘 베른 著(2017), 김석희 譯, 『지구에서 달까지』, 파주: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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