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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중국'은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의 웹진입니다. '관행중국'의 전신은 '중국관행웹진'으로 2010년 9월에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2016년 7월까지 총 70회를 발간했습니다. 71회부터는 '관행중국'의 이름으로 개편 발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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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해외 중국학 연구성과 소개 (4) _ 리페이

Vol.182/2025.11
해외 중국학 연구동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5-10-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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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2025년 8월호부터 시작되는 ‘해외 중국학 연구동향’ 코너는 우리 연구소의 연구 아젠다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최근 발표된 중국학 관련 주요 연구 성과들을 엄선하여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는 “중국적 표준과 질서 재구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연구 아젠다를 바탕으로, 다음 다섯 가지 주제에 관련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중국 향촌사회와 그 거버넌스의 변화

△ 물류/유통 네트워크와 관계망의 변화

△ 국경지대에서의 인적/물적 교류와 국경관리

△ 한반도 화교의 해외이주, ‘일대일로’와 화교의 역할

△ ‘일대일로’와 중국적 세계질서 담론

본 코너를 통해, 위의 다섯 가지 주제와 관련된 해외 중국학 연구의 최근 성과를 국내 연구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에서 출판되어 국내 독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연구논문이나 학술 전문서적을 중심으로, 그 초록이나 서평을 바탕으로 정치적 색채가 옅고 비교적 객관적·중립적인 내용을 선별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중국 관련 지식과 중국학 관련 학술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제목]

「중산증 상하이: 중국식 현대화와 새로운 사회 계층의 부상(中产上海:中国式现代化与新阶层的崛起)」

영문원서 서명: Middle Class Shanghai: Reshaping U.S.-China Engagement(2021)

 

[서지사항]

저자: 리청(李成, Cheng Li);역자: 린화(林华)

출판사: 중신출판사(中信出版社)

ISBN: 9787521765366

출판연도: 2024

 

[요약]

이 책의 저자 리청(李成)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상하이 출신으로,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제자이다. 그는 오랫동안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산하 손튼 중국 센터(John L. Thornton China Center)에서 중국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특히 현대 중국의 기술관료(technocrat)와 기술관료 통치(technocracy)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출신 배경과 교육 이력, 그리고 중국 고위 정치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은 일정 부분 2000년대 미국의 대중국 정책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리청은 중국 사회 계층의 중산층화와 중국 민주화의 가능성 문제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미·중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으며, 양국 간 교류는 점차 감소하다가 결국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사회 내부, 나아가 학계에서도 중국의 중산층이 중국의 민주화를 추진할 동력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미·중 무역전쟁과 각종 여론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민족주의적 입장을 견지하며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과 선전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극도의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리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Middle Class Shanghai: Reshaping U.S.-China Engagement』를 출판하여, 미국의 시각에서 상하이를 대표로 하는 중국 중산층을 서구 사회과학 개념으로서의 중산층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 집단으로 재조명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정부 고위층, 지식계, 엘리트층이 과거 미·중 교류의 관행을 재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일종의 ‘권고문’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권고의 대상’이었던 미국과 달리, 리청의 영어판 원저는 오히려 중국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리청이 중산층 개념을 새롭게 해석했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 리청을 비롯한 일부 서방 학자들은 중산층 개념을 사용하여 당시 중국에서 성장 중이던 도시 중·고소득층을 분석했으며, 이는 중국 국내 학계에서 중산층 개념을 둘러싼 열띤 논의를 촉발했다.

 

하지만 이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중국 중산층화 위협론’―즉, 인구 대국인 중국이 전면적으로 중산층화될 경우, 세계의 한정된 자원에 막대한 압력을 가하고 전 지구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중국 정부와 학계는 중산층 및 중산층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게 되었다. 대신 ‘중등소득 그룹(中等收入群体)’이라는 표현만을 사용하게 되었다.

 

영문판 원저가 중국 학계의 주목을 받은 진정한 이유는, 이 책에서 사용된 ‘중산층’ 개념이 여전히 서구 사회과학의 담론 체계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즉, 이른바 ‘문화적 국제주의(cultural internationalism)’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규정하고, 이를 ‘중국적 예외로서의 상하이’라는 구체적 맥락 속에서 분석한 점―이 이미 서구 사회과학 담론 속에서 형성된 중산층 개념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현재 중국 최고 지도부가 학계에 요구하고 있는 ‘중국식 현대화(中国式现代化)의 이야기를 잘 말하라(讲好中国式现代化故事)’는 정치적 기조와 완벽하게 부합된다. 따라서 이 책의 중국어판 부제 역시 “중국식 현대화와 새로운 사회 계층의 부상(中国式现代化与新阶层的崛起)”으로 변경됐다.

 

저자는 상하이 중산층의 부상을 본격적으로 서술하기에 앞서, 먼저 미국 주류 담론이 중국 중산층의 부상을 어떻게 서술해 왔는지를 회고한다. 그는 미국 주류의 중국 중산층 서사가 두 가지 극단적인 가상된 시나리오로 묘사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중국 중산층화 위협론’과 유사한 서사로, 인구가 방대한 중국 중산층이 탐욕스럽게 세계의 자원을 약탈하며, 강한 민족주의 성향과 제국주의 피해의식으로 인해 서방 진영에 대한 적대감이 점점 고조된다는 시나리오이다.

 

두 번째는 중산층이 보편적인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열망을 전제로, 중국이 이 신흥 중산층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실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이 책은 미국 주류 담론이 이러한 두 가지 가상의 극단적 시나리오를 통해 중국 중산층의 부상을 서술함으로써, 심각한 정책적 인식 편차을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즉, 중국의 중산층이 두 번째 시나리오―정치적 민주화를 실현할 주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의 정책결정자들과 주류 여론 집단은 일방적으로 ‘위협론’에 동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인식의 편차는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추진된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decoupling)’ 정책의 심층적 논리가 됐다.

 

이 책은 인식 편차를 바로잡는 유일한 방법이 중국의 중산층을 다시 면밀히 검토하고, 그 다층성과 복잡성, 특히 이 계층을 구성하는 문화적 요인의 다원성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에 있다며, 중국의 중산층을 중국의 당-정 체제와 혼동해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중산층의 문화적 요인 다원성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문화적 국제주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서구의 보편적 가치 확장을 내포한 ‘문화적 세계화(cultural globalization)’ 개념과 달리, 저자의 개념은 국가 간 교류 과정에서 형성된 교류 쌍방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가치·규범·상식, 그리고 장기적인 초국적 교류를 통해 형성된 교류 주체들 간 역사적·문화적 기반이 다르지만, 같은 중산층으로서의 동질성, 친밀감, 그리고 정체성을 더욱 강조한다.

 

이 개념에서 공동으로 인정되는 가치·규범·상식은 교류 쌍방이 각자 가진 역사적 기억과 문화적 전통 위에 구축되며, 따라서 이러한 공동된 인식은 본질 차원에서 ‘문화적 다원성’을 지향한다. 저자는 또한 ‘문화적 국제주의’라는 개념이 클리퍼드 기어츠(Clifford Geertz)의 문화 다양성에 관한 논의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명시하고 있다.

 

‘문화적 국제주의(cultural internationalism)’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 책은 세 가지 차원에서 상하이 중산층의 부상 이야기를 전개한다.

 

첫째, 거시적 역사 차원에서 근대 이후, 특히 1980년대 이후 상하이의 대외 교류사를 정리하며, 그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이른바 ‘하이파이 문화(海派文化)’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상하이의 하이파이 문화가 상하이 중산층으로 하여금 중국의 다른 도시 중산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강한 민족주의적 경향을 일정 부분 상쇄하게 하는 한편, 중국 전통문화의 기반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상하이의 중산층은 서구의 보편적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선택해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상하이의 국제 교류 과정에서 시장화가 상하이 발전의 경제적 추진력을 제공했지만, 중산층의 하이파이 문화는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즉, 한편으로는 국제 교류 속에서 외국의 선진 문화 요소를 비판적으로 흡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유행하던 민족주의를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상하이와 나아가 중국 개혁의 방향을 결정지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중국공산당이 상하이 중산층 내 엘리트들을 포섭·통제함으로써, 중국 개혁의 방향을 주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한다.

 

둘째, 이 책은 미시적 차원에서 저자가 구축한 해외 귀국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정량 연구, 심층 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상하이 중산층의 대표―즉, 이른바 ‘해외 유학파(海归)’ 계층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외 유학파―특히 미국 유학파―가 반드시 친미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민족주의적 경향 역시 약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해외에서 배운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 표준을 가지고 중국 개혁·개방 이후 비로소 구축되기 시작한 대학 교육, 과학 연구, 의료, 금융, 법률 서비스 등 다양한 현대 문명 체계의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보편적 가치와 중국식 민족주의 성향이 끊임없이 맞부딪히는 과정 속에서도, 이들은 문화적 국제주의에 부합하는 가치관·규범·상식을 중국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상하이 중산층 문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인 전위 예술(先锋艺术, avant-garde)에 보다 세밀한 주목을 기울인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의 대도시에서 전위 예술이 활발해진 현상이, 중국 도시 중산층의 등장을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전위 예술은 신흥 도시 중산층이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예술 형식으로서, 종종 기존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표현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 책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이징과 비교할 때 상하이의 전위 예술가 집단과 그 작품들은 체제 비판적 정치적 은유를 공격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 정치 상황과 현 체제에 대한 비판에 있어 상하이의 예술가들은 베이징의 동료들에 못지않은 관심이 있지만, 전위 예술을 통해 기후위기 등 전세계적인 문제, 지정학적 관계, 그리고 서양 헤게모니에 대한 비판적 담론에 참여하는 데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상하이의 전위 예술가들은 서양의 전위 예술가들과 더 많은 문화적 공감대와 대화의 가능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의 중국어 번역판이 ‘중국식 현대화 이야기를 잘 말하라’라는 정치적 기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요 내용과 연구적 지향은 영어 원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즉, 상하이 중산층의 사례를 통해 서구 사회과학의 중산층 개념 체계를 수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정책 입안자 집단과 주류 담론에 일종의 권고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 점은 동일하다.

 

따라서 한 중국 학자의 서평처럼, 저자 리청은 서구의 중산층 개념 바깥에서 중국의 중산층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의 공간 혹은 이론 체계를 구축하려 시도했다. 이 평자는 더 나아가, “일단 ‘중산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순간, 서구 주류 담론이 빠져 있는—즉 ‘인민과 인민성(人民性)’에 대한 진정한 사유의 결여라는—함정에 다시 빠지게 된다”고 지적한다1).

 

이 논평은 전형적인 중국식 정치적 담론의 색채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공산당이 강조하는 ‘중국식 현대화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인민의 주체적 지위를 재정립하고,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평은 전적으로 편향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이 초점을 맞춘 해외 유학파나 전위 예술가와 같은 소위 상하이 중산층보다 훨씬 넓은 지리적 범위와 학술적 개념범주로 넓혀 볼 때, 도시의 공무원, 공공단위 직원, 국유기업 노동자, 민영 중소기업가, 도시에 잘 정착한 농민공, 농촌의 규모화 전업 농민 등과 같은 다양한 주체들이 점차 중등소득계층, 혹은 서구적 의미상의 중산층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구 규모가 방대한 소위 ‘중산층’과 그들에게 공유되는 정체성이야말로, 향후 중국의 경제·정치·사회적 방향성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단서가 될 것이다.

 

 

리페이 _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자료

1)  贾敏, 2021.10.13., 「重新发现人民:探寻新时代中美交往的可能路径,评李成《中产上海:重塑中美交往》」, 人大重阳网, http://rdcy.ruc.edu.cn/zw/jszy/jm/jmgrzl/cf1f3a1683634f13b63b9d1c23d7cec4.htm., 검색일: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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