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관련 다양한 용어 정리 _ 이정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화교(華僑)’라는 용어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이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18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둥성 샹산(香山) 출신의 정관응(鄭觀應)이 1883년 이홍장에게 올린 ‘稟北洋通商大臣李傅相爲招商局與怡和太古訂立合同’(북양 통상대신 이홍장에게 초상국과 이화양행 및 태고양행 간의 계약을 맺도록 올린 상소) 가운데, “凡南洋各埠華僑最多之處, 須逐漸布置, 亦派船往來, 冀與外人爭勝”(동남아시아 각 항구에서 화교가 많이 거주하는 곳에는 차츰 기반을 마련하고, 선박을 운항시켜 외국인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를 희망합니다)에서 처음으로 ‘화교(華僑)’가 사용되었다. 화교는 ‘교거화민(僑居華民)’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교(僑)’는 일시 체재를 의미하는 형용사로 ‘교거화민’은 일시적으로 해외 체재하는 중국인을 뜻한다. 그러나 1883년 당시는 화교란 용어가 외교 문서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으며, 청조가 1893년 자국민의 해외 이주 금지령을 해제한 이후에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1900년대 들어 쑨원을 비롯한 혁명파와 보황파(保皇派) 인사들이 ‘화교’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정착하게 된다.

사진1. 타이베이서 개최된 세계 한국화교 기독교인 ‘화교사랑 은혜나눔’ 모임
화교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 해외 이주 중국인을 부르는 호칭은 다양했다. 당인(唐人), 화인(華人), 한인(漢人), 화민(華民) 등이 사용되었고, 중국 내 출신지에 따라 민인(閩人, 복건인), 월인(粤人, 광동인), 민월인(閩粤人, 복건광동인), 조주인(潮州人), 장천인(漳泉人, 장주천주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는 당인이다. 당(唐)의 영역이 청 이전 사상 최대였고, 그때 해상과 육상 모두 해외와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에 중국인의 대명사로 ‘당인’이 내외에서 널리 사용된 이유이다. 일본 나가사키에 도쿠가와막부와 청조 간의 무역을 담당하던 중국인의 거주지를 ‘당인야시키(唐人屋敷)’, 차이나타운을 당인가(唐人街)로 부르는 것도 ‘당인’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정부는 ‘화교화인’이란 용어를 공식 사용한다. 1990년 제정된 귀교교권권익보호법(歸僑僑眷權益保護法)과 2009년의 ‘關於界定華僑外籍華人歸僑僑眷身份的規定’(화교 외적화인 귀교교권 신분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과 관련하여)에서 화교와 외적화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화교’는 해외에 정착한 중국 국적자, ‘외적화인’은 이미 외국 국적을 취득한 과거 중국 국적자와 그 자손, 중국 국적자의 외국 국적 자손을 포함한다. ‘외적화인’을 간단히 화인이라고도 한다. ‘귀교’는 (외적)화인이 중국으로 귀국하여 중국 국적을 취득한 자이다. 타이완 정부는 ‘화교’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여 왔지만, 1987년 계엄령 해제와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걷게 되면서 ‘화교’ 범주에 대한 사회적·학술적 비판이 제기되었다. 민주화 이후 ‘화교’ 용어가 가진 국민당식 중화 민족주의적 함의가 비판을 받으면서 학계와 사회에서는 점차 ‘해외화인(海外華人)’이란 용어를 공식 사용하게 되었다.

사진2. 중국정부가 화교·화인의 중국 방문을 위해 발행한 여행증
다음은 화교의 직업을 기준으로 한 용어이다. 화상(華商)은 화교·화인 가운데 직업이 상인이거나 넓게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사업가까지 포함한다. 화공(華工)은 화교 노동자를 뜻하며 ‘쿨리(coolie)’라는 용어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화농(華農)은 화교 농민을 뜻한다.
그리고 화교의 체류 기간을 기준으로 노화교(老華僑, 혹은 구화교(舊華僑)로 부르기도 함)와 신화교(新華僑)로 구분한다. 노화교와 신화교의 구분은 보통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도입이 경계가 된다. 그 이전 이미 해외로 이주하여 정착한 화교를 노화교, 그 이후 중국서 해외로 이주한 화교를 신화교라 부른다. 중국 학계는 신화교를 ‘신이민(新移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각국과 중국 간의 외교관계 수립 시기에 따라 중국정부의 개혁개방정책 도입이 그 기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미국은 1965년의 이민법 개정을 경계로 중국 대륙이 아니라 타이완, 홍콩, 마카오 그리고 동남아시아 화교·화인이 미국으로 대량으로 재이주하게 되는데, 이들을 이전의 노화교와 구분하여 신화교라 부른다.
일본은 1972년 중일국교정상화를 경계로 본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타이완에서 일본에 이주한 자를 이전부터 계속 거주해 온 중국 대륙서 이주해 정착한 노화교와 구분하여 신화교라고 불렀다. 한국의 경우는 1992년 한중국교정상화 이후 중국서 이주한 중국인을 신화교라 부르고 그 이전부터 한국서 거주해 온 중국인을 노화교라 부른다.
노화교와 신화교의 용어가 생긴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라고 한다면 그 이전에 탄생한 이와 비슷한 개념의 용어가 노객(老客)과 신객(新客)이다. 신객은 중국서 태어나 자란 후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로 이주한 중국인을 말한다. 노객은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 화교사회에서 일정 기간의 거류 생활을 하면서 현지 생활의 곤란을 극복하고 뿌리내린 중국인을 말한다. 자신들을 먼 옛날에 온 자의 의미로 노객 혹은 구객(舊客)이라 불렀다. 노객과 신객을 구분하는 기준은 거류 기간의 장단, 경제력의 대소, 중국인 의식의 강약이다. 노객은 일반적으로 거류 기간이 길며 경제력이 강하고 중국인 의식이 강한 특징을 가진다. 동남아시아 화교사회는 근대 시기 노객과 신객 간에 마찰과 충돌이 자주 발생하여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노객과 신객의 용어는 동남아 화교사회에 주로 사용되어 다른 지역에서는 그다지 사용되지 않았다.

사진3. 베트남 호찌민시 쩌런의 중국요리점서 식사하는 화인 가족
화교가 이주지 생활의 시간이 길어지고 현지 동화가 진행되면서 낙지생근(落地生根)의 패턴이 정착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용어가 새롭게 탄생했다. 교생(僑生, local-born Chinese)’은 중국 본토에서 해외로 이주한 화교가 현지에서 출생한 자녀를 뜻한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화예(華裔)가 있으나 의미상 차이가 있다. 화예는 중국계 혈통을 가진 모든 세대를 포함하지만, 교생은 1세대 자녀의 직계 자녀를 지칭할 때가 많다.
화교가 현지 여성이나 남성과 결혼하여 출생한 화예는 각국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출생한 자제가 남자 혼혈아인 경우는 바바(Baba), 여성인 경우는 뇨냐(Nyonya), 바바와 뇨냐를 합친 화예를 페라나칸(Peranakan)이라 불렀다. 필리핀에서는 그들을 중국계 메스티소(Mestizo)라 불렀다. 메스티소는 원래 서양인과 원주민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태국에서는 룩친(Luk Chin), 베트남은 명향(明鄕)이라 불렀다.
【화교·화인의 ‘세계’ 20】
이정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可兒弘明·斯波義信·游仲勳 編(2002), 『華僑·華人事典』, 弘文堂.
華僑華人の事典編纂委員會 編(2017), 『華僑華人の事典』, 丸善出版.
최혜주(2022), 「중국의 외국인 권리보호에 관한 연구: 한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학위 논문.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직접 촬영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