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선’에서 ‘하이브리드전’까지: 중국 대외 영향력 공작 담론의 개념적 혼용과 구분의 필요성 _ 김명준
중국 대외 영향력 공작 개념의 다층적 전개
최근 중국의 대외 영향력 공작을 둘러싼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각종 안보 세미나와 정책 토론회에서는 중국의 여론 조작, 선거 개입, 기밀 유출와 같은 위협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의 비군사적 공작 능력에 대한 경계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2025년 1월 15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자필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1)에서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 사이버전, 기밀 유출 등 복합적 위협을 경고하며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 영향력 공작은 최근 들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국외 여론과 제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을 전개해왔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들 역시 시기별로 변화해왔다. 가령, 초기에는 ‘통일전선(統一戰線)’이 중국의 비군사적 영향력 행사를 설명하는 중심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공자학원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 사회에서 확산되면서 ‘샤프 파워(sharp power)’라는 개념이 새롭게 부상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정보 환경과 인지 작전에 초점을 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라는 개념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한국의 경우 윤석열 정부 하에서의 탄핵 정국, 안보 위기 담론과 맞물려 ‘회색지대 전략(grey zone strategy)’과 ‘하이브리드전’이 중국의 대외 공작을 설명하는 주요 분석 틀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 언론의 보도 양상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각 개념들에 대한 한국 주요 일간지2)의 보도 추이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통일전선이 단독으로 주목받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는 ‘인지전’, ‘샤프 파워’, ‘회색지대 전략’ 등 다양한 개념이 등장하며 보도가 다층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4년에는 ‘인지전’ 관련 보도가 ‘통일전선’을 앞지르며, 담론 지형의 재편을 드러냈다.

그림1) 전국 일간지 키워드별 보도 추이(2017-2025)3)
문제는 이러한 개념들이 서로 명확한 구분없이 혼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전선이든 인지전이든, 혹은 샤프 파워이든 간에 각 개념이 지칭하는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선거 개입, 여론 조작, 기밀유출, 이념 확산 등 비슷한 내용으로 수렴한다. 이는 서로 다른 이름의 개념들이 실질적으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현상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개념적 혼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는 바로 ‘초한전(超限戰)’이다. ‘한계를 초월한 전쟁’이라는 의미를 지닌 초한전은 평시와 전시, 군사와 비군사의 경계를 해체하는 새로운 전쟁 개념으로 자주 인용되는데, 문제는 이 개념이 다양한 분석 속에서 병렬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가령, 어떤 연구는 초한전을 해외 ‘통일전선’ 공작의 연장선상에서 설명하고, 또 다른 연구는 ‘인지전’과 연결시킨다. 일부 정책 분석에서는 ‘회색지대’ 전략의 일환으로 초한전을 설명한다.
현재 중국의 대외 영향력 공작을 분석하려는 시도 속에서 통일전선, 샤프 파워, 인지전, 회색지대 전략과 같은 개념들이 서로 혼용되고 있으며, 각 개념의 범위와 함의에 대한 엄밀한 구분은 부족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한다. 이들 개념들 간에는 어떠한 차이가 존재하는가? 이들은 단지 유사한 현상을 다르게 포장한 중첩적 은유에 불과한가? 만약 개념 간 구분이 가능하다면, 어떤 개념이 오늘날의 중국 대외 공작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개념적 혼용의 문제점: 왜 정교한 구분이 필요한가?
중국의 대외 영향력 공작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여러 개념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고하거나 해석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이 때문에 어떤 개념을 쓰든 중국의 위협을 부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굳이 개념들을 정교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이들 개념은 내용상으로 중첩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개념 간 경계를 엄밀히 구분하려는 시도가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게 보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중요하다.
첫째, 정밀한 정책 대응을 위해 개념의 명확한 식별은 필수적이다.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모든 것을 영도하는 일당지배체제이지만, 그 내부는 조직 기능에 따라 세분화된 다수의 행위 주체들이 존재한다. 통일전선부, 외교부, 공안부, 선전부, 인민해방군 등은 각기 다른 전략과 임무를 수행하며, 그 실행 방식 역시 상이하다. 가령, 통일전선 전략의 주체는 중국공산당 중앙 통일전선부이지 국방부가 아니다. 만약 명확한 구분 없이 모든 전략을 통칭하거나 혼용할 경우, 정책적 대응 역시 정확성을 잃게 되며, 비효율적 대응이나 과잉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컨대, 정확한 개념 구분은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둘째, 개념의 혼용은 민간 교류와 학술 협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중국과의 교류 전반이 무차별적으로 ‘영향력 공작’의 시각으로 해석될 경우, 학술교류, 문화 교류, 자본 투자, 인적 왕래와 같은 건강한 교류가 점차 축소되고 의심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중관계의 안정성뿐 아니라 국내 사회의 개방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당한 안보적 경계’와 ‘필요한 합리적 교류’ 사이의 경계선은 정교하게 그어져야 하며 그 출발점은 전략 개념 간의 명료한 구분이다.
셋째, 이 문제는 민주주의 자체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권위주의 국가의 대외 영향력 전략은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의 개방성, 표현의 자유, 정보의 확산력을 이용하여 전개된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이러한 전략 앞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일수록 민주주의 국가의 대응 전략은 더욱 정교해야 한다. 개념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위협을 과도하게 포괄하는 것은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다양성,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단이 될 위험이 있다. 민주주의적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신중하고 정교한 개념적 토대가 필요하다.
결국 ‘무엇이 실제 위협이고, 무엇이 정치적 오용이며, 무엇이 건강한 교류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대외 영향력 공작 개념에 대한 구체적 이해와 엄밀한 분류는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음 절에서는 중국의 대외 영향력 공작을 설명하는 개념들을 간략히 정리한다.
개념의 구분
중국의 대외 영향력 공작을 분석하는데 사용되는 여러 개념 중, ‘회색지대 전략’이나 ‘하이브리드전’은 엄밀히 말해 하나의 독립된 전략이나 특정 국가의 고유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행위가 전개되는 ‘전략적 조건’ 또는 ‘행위가 사용되는 방식’을 지칭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회색지대’는 ‘합법과 불법의 회색지대’ 등과 같이 본래부터 군사적 상황을 넘어서 정치적·외교적·경제적 맥락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용법을 가지며,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체제를 내포하지 않는 '상황적 서술어'에 가깝다. 하이브리드전 역시 군사적 수단과 비군사적 수단을 복합적으로 동원하는 공격 방식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그 안에는 광범위한 수단들이 포함된다.
반면, ‘통일전선’, ‘샤프 파워’, ‘인지전’은 비교적 분명한 실행 주체, 작동 메커니즘, 목표 지향성을 갖추고 있는 전략적 개념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세 개념은 각각 고유한 전략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정책 분석 및 대응 전략 수립의 기본 단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색지대 전략이나 하이브리드전과 구별된다. 이에 따라, 본 절에서는 세 가지 전략 개념을 중심으로 그 구조와 특징을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 통일전선
통일전선은 중국공산당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전략으로, ‘차선의 적과 연합해 주된 적을 타격한다(聯合次要敵人、打擊主要敵人)’를 원칙으로 한다. 초기에는 공산당 혁명기 내부 세력 간의 연합 전략으로 발전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국내외 사회 세력의 포섭과 분열에 초점을 둔다. 특히 해외에서는 화교 커뮤니티, 종교계, 학계 엘리트, 대만·홍콩의 민간 단체 등이 통일전선의 주요 대상이며 이를 통해 여론 형성 및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실행 주체는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이 있으며, 문화 행사, 민간 교류 등을 통해 포섭 전략을 전개한다. 통일전선은 압박보다는 설득과 연합을 중시하는 점에서 인지전과는 구분된다.
- 샤프 파워
샤프 파워는 2017년 크리스토퍼 워커(Christopher Walker)와 제시카 루드윅(Jessica Ludwig)이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발표한 글4)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에 따르면 샤프파워는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 내부의 여론, 정보, 문화 흐름에 개입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공자학원, 국영 미디어, 정부와 연계된 NGO 등이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며, 외교부, 대외홍보기구 등이 실행 주체다. 샤프 파워는 민주주의 사회 내부의 언론, 학계, 시민사회, 문화단체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통적 외교나 통일전선 전략과는 차별화된다.
- 인지전
인지전은 인터넷, 미디어, SNS 등을 활용해 상대국 사회 내부의 인식, 판단, 감정,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다. 심리적·인지적 지배를 통해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교란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상대국의 일반 대중, 소셜미디어 사용자, 선거 유권자 등 ‘정보에 노출된 이들’을 잠재적 대상으로 삼는다. 중국 인지전 실행의 주체로는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 국가안전부, 사이버 작전 부대 등이 거론된다.
앞서 간략히 정리한 세 가지 전략 개념은 그 전략이 겨냥하는 대상과 실행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통일전선’은 대체로 화교 사회와 홍콩·대만 지역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이념적 공감대 형성과 장기적 포섭을 지향한다. 반면, ‘샤프 파워’는 해외 민주주의 사회에 침투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두며 주로 비화교권의 학계, 언론, 시민사회를 전략 대상으로 삼는다.
한 예로, 최근 대만에서 지속되고 있는 중국과의 민간 교류 논쟁은 통일전선과 연관된다.
2025년 3월,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은 민간 교류를 경유한 중국의 영향력 침투에 대응하여 ‘17가지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5) 그중 한 조항은 대만 내 민간단체가 중국과 교류할 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대만의 마을 이장, 종교 지도자, 청년 창업자 등을 초청하거나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샤프 파워나 인지전의 범주로 보기에는 주체와 실행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된 중국인의 부동산 대량 매입 문제도 흥미로운 분석 사례가 된다. 일부는 이를 ‘중국의 전략적 침투’로 규정하고, 국토 주권 침해 혹은 장기적 영향력 확대의 징후로 해석한다. 물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한 일이지만, 해당 행위가 실제로 중국 정부의 조직적 기획 하에 수행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실증적 근거 없이 이를 곧장 ‘하이브리드전’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결국 동일한 현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는지, 그리고 어떤 분석 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략적 의미는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로는 복수의 전략이 중첩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전략 개념 간의 구체적 구분은 단순한 이론적 정리를 넘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과 민주사회 내 위협 감수성의 균형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작업이다.
나가며
중국의 대외 영향력 전략은 분명한 위협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을 분석하는 데 동원되는 개념들이 명확한 구분없이 혼용될 경우, 오히려 사회 내부의 인식과 정책적 대응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 ‘통일전선’, ‘샤프 파워’, ‘인지전’은 모두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드러나는 서로 다른 양상과 맥락을 설명하는 분석적 틀이다. 이들 개념은 표면적으로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전략의 주체, 대상, 방식에 따라 차이를 지닌다. 따라서 이를 단일한 프레임에 무리하게 통합하기보다는, 각 개념의 적용 맥락과 기능을 구분하고, 실제 전략이 어떻게 구성되고 실행되는지를 정밀하게 식별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적 혼돈의 시대, 성숙한 대응은 단순한 경계심이 아니라 정확한 개념과 실증적 분별력에서 출발한다. 위협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그 실체를 있는 그대로 분석하고 대응하려는 지적 태도가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김명준 _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 박사과정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한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필자가 재구성.
*** 참고문헌
1) 연합뉴스, 2025.01.15., “尹, 체포영장 집행 후 '국민께 드리는 글' 공개”, yna.co.kr/view/AKR20250115144300001
2) 본 글에서 분석에 활용한 언론 자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분석 및 기사 검색 플랫폼 ‘빅카인즈(bigkinds.or.kr)’에서 제공하는 전국 주요 일간지를 대상으로 했다. 해당 플랫폼이 정의한 주요 일간지는 다음 12개 언론사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투데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3) 자료가 다루고 있는 시기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25년 6월 25일까지다. 시기를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통일전선’을 제외한 다른 개념들이 2017년 이전에는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회색지대’와 관련된 보도의 경우,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회색지대’와 같이 중국과 무관한 맥락의 기사들이 다수 검색되었기에 ‘회색지대 전략’과 ‘회색지대 전술’이라는 구체적 키워드를 별도로 지정해 검색한 결과를 통합하였다. 모든 검색은 ‘중국’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하도록 했다.
4) Walker, Christopher & Jessica Ludwig, 2017/11/16. “The Meaning of Sharp Power: How Authoritarian States Project Influence,” Foreign Affairs,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 china/2017-11-16/meaning-sharp-power>
5) 中華民國總統府, 2025.03.13, 總統主持國安高層會議會後記者會 提五大國安統戰威脅及十七項因應策略 籲請國人團結抵抗分化, https://www.president.gov.tw/News/39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