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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출판기념회

국립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은 8월 28일(금) 인천대학교 동북아 E-BIZ센터 103호에서 그동안 ‘중국적 질서와 표준의 재구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는 아젠다 아래 수행해 온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다섯 권의 저서 출간을 기념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번에 선보인 책들은 중국의 역사와 사상, 정치와 사회, 국경과 이주, 화교·화인, 일상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영역을 아우르면서도, 중국적 질서와 표준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며 주변 세계와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책 『중국적 표준은 가능한가: 비판적 고찰과 전망』은 오늘날 중국이 서구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에 대응하여 어떠한 ‘중국적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역사적 권역 질서와 중국의 세계인식, 중국식 현대화, 시진핑 시기의 당·국가 체제와 군 개혁, 경제제재, 기업 거버넌스와 ESG, 사회 안정유지, 철도 궤간의 표준화, 한국화교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통해 중국적 표준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이 책은 동아시아 질서가 중국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전략과 주변국의 대응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조정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중국적 표준을 이미 완성된 하나의 체계라기보다 형성되고 경쟁하는 과정으로 파악함으로써, 21세기 국제질서에서 ‘표준’을 둘러싼 경쟁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조명했다.
두 번째 책 『중국적 표준과 현대화: 경계의 안과 밖』은 중국적 표준이 구체적인 제도와 담론, 일상의 실천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1909년 청의 국적법을 출발점으로 중국식 거버넌스, 역사교육과 현대화 담론, 사상과 종교, 농촌 개발, 글로벌사우스 전략, 양안 관계, 중국계 미국인과 한국화교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특히 중국적 표준이 중국 내부의 국민 형성과 제도 구축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이완해협과 미주, 한반도 등 중국의 경계 밖으로도 투사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중국식 현대화’가 단순한 경제발전 모델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제도, 문명 담론을 포괄하는 하나의 질서 구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세 번째 책 『국가의 경계, 국경의 일상』은 중국-미얀마 국경을 통해 국가의 국경 관리와 주민의 생활세계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정되는지를 보여주었다. 국경은 지도 위에 그어진 고정된 선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 통제가 작동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친족관계, 혼인, 교역과 노동이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생활공간이다. 이 책은 중국이 국경을 점차 제도화·안보화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국경 주민들의 생존 방식과 공동체가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역사자료와 장기간의 현지조사를 결합하여 분석했다. 특히 과거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졌던 초국경 이동과 교류가 검문 체계, 철책과 감시장비, 법과 제도의 정비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직되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현대 국가의 경계가 주민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네 번째 책 『베트남 화인의 역사와 베트남화 과정』은 베트남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화교·화인의 약 400년 역사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연구서이다. 17세기 베트남 남부 개척과 상업도시의 성장에서부터 프랑스 식민지 시기, 베트남전쟁, 통일 이후와 도이머이 개혁에 이르기까지 화교·화인이 베트남 경제와 사회의 형성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았다. 동시에 이들은 베트남 사회의 구성원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의심과 통제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 타자’이기도 했다. 명향(明鄕)의 역사, 1927년 하이퐁 화교배척사건, 사이공의 화교사회, 호찌민시의 동향회관, 문화유산과 화교교육 등의 사례를 통해 화교·화인이 베트남 사회에 정착하고 ‘베트남화’되어 가는 복합적인 과정을 보여주었다.
다섯 번째 책 『평범한 일상의 풍경으로 읽는 명청대 생활문화』는 정치권력과 엘리트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명·청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세계에 주목했다. 농민과 수공업자, 상인과 점원, 행상, 악공과 곡예인, 승려와 도사, 점복가와 풍수가, 여성과 노인 등 이름 없이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 낸 지식과 관습, 놀이와 노래, 신앙과 의례를 복원했다. 이들은 단순히 지배층의 문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와 환경에 맞게 제도와 의례를 변형하고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한 주체들이었다. 이 책은 중국문화를 지식인과 지배층의 시선뿐 아니라 서민들의 감정과 생활, 창조와 실천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출판기념회에서 소개된 다섯 권의 책은 각각 다루는 시대와 주제는 다르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를 하나의 고정된 실체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국가가 만들어 내는 제도와 표준, 국경과 국민의 경계, 화교·화인의 이동과 정착, 서민들의 생활과 실천은 모두 끊임없는 협상과 조정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중국적 질서 역시 완성된 형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과 국가 전략,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대응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국립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이 축적해 온 이러한 연구 성과는 중국을 단순히 강대국이나 경쟁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중국의 질서와 표준이 어떤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고 구체적인 제도와 생활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번 다섯 권의 출간과 출판기념회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학계와 시민사회에 널리 공유하는 자리인 동시에, 급변하는 동아시아와 세계질서 속에서 중국을 어떠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